5·18 민주화운동 유족에 위자료 청구권 인정…올해 첫 대법 전합 결론

입력 2026-01-2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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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 행사할 수 없는 ‘법률상 장애사유’ 존재”

2021년 헌재 위헌 결정後 유가족 소제기
대법, “청구권 소멸” 원심 판결 파기‧환송

“소멸시효 기산점 ‘권리 행사할 수 있는 때’
‘권리 행사의 객관적‧합리적 기대 가능성’”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들이 과거 국가의 불법행위로 입은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위자료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 조희대(가운데)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해 10월 23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 왼쪽이 올해 3월 퇴임하는 노태악 대법관. (사진 제공 = 대법원)
▲ 조희대(가운데)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해 10월 23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 왼쪽이 올해 3월 퇴임하는 노태악 대법관. (사진 제공 = 대법원)

대법 전합(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주심 노태악 대법관)은 22일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게 폭행을 당했거나 불법 구금돼 구타를 당한 뒤 숨진 이들의 유족 15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을 열고, 유족들이 소송을 늦게 제기해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사라졌다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날 대법원 결론은 올해 첫 전합 판결로 관심을 모았다.

국가는 1990~1994년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보상금을 지급받은 때로 기준을 잡아 민법 제766조에 따른 단기 3년이 적용되는 위자료 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온 2021년 5월 27일부터 시점을 잡아야 한다고 봤다.

앞서 헌재는 민주화운동 관련 피해 가운데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 청구를 금지한 개정 전 5‧18 보상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같은 해 11월 유가족 유모 씨 등 39명은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에 관한 가족 몫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1심은 원고 28명에게 고유의 위자료 배상 청구권이 아직 살아 있다고 인정했다. 헌재 결정이 있었던 2021년 5월 27일까지는 유족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법률상 장애사유’가 존재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유족 고유의 정신적 손해 배상금, 즉 위자료가 5‧18 보상법에서 규정하는 보상금 지급 대상이 아니었던 만큼 애초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른 ‘법률상 장애’가 없었다”면서 유족들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은 시점부터 3년이 지났기 때문에 국가에 위자료 지급을 청구할 권리가 소멸됐다고 1심 판결을 뒤집었다.

▲ 지난해 5월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5주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국회 사진 취재단 (조현호 기자 hyunho@)
▲ 지난해 5월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5주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국회 사진 취재단 (조현호 기자 hyunho@)

이날 대법 전합은 대법관 11명의 다수의견으로 “권리 행사를 가능하지 않게 하는 장애 사유가 있다면 민법 제766조 단기 소멸시효는 진행하지 않는다”며 “소멸시효 기산점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민법 제166조 제1항)의 궁극적 판단 기준은 ‘권리 행사의 객관적‧합리적 기대 가능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련자의 가족이 권리 행사를 하지 못한 상황은 국가가 뒤늦게 보상 관련 법령을 제정‧집행하는 과정에서 보상의 대상과 범위를 협소하게 규정하고, 보상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려고 하면서 초래한 측면이 있다”며 “(1990년대) 보상금 등 지급 결정일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삼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경미 대법관은 이 같은 파기환송 다수의견에 동의하면서 “국가인 피고가 소멸시효 항변을 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 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별개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대법 전합에서 주심을 맡은 노태악 대법관은 홀로 반대의견을 냈는데, 현재의 법리로서는 가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돼 이들에 대한 구제는 별도의 법 개정 또는 제정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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