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합 “건설기계 임대인‧운전기사에 산재보험금 구상 청구 못해”

입력 2026-01-2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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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법 87조 1항 ‘제3자’ 아냐…18년 만에 판례 변경

재해근로자에 지급한 보험급여액 한도서
근로복지공단, 손해배상 대위할 수 없어

“가해자와 재해근로자, 사업장 내재하는
위험 공유한 관계여서 제3자가 아니다”

근로복지공단이 건설기계 임대인 및 운전기사를 상대로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代位)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산업재해를 입은 피해근로자에게 이미 지급된 보험급여액 한도 내에서 공단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 종전 판례 태도가 18년 만에 변경됐다.

▲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해 10월 23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대법원)
▲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해 10월 23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대법원)

대법 전합(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주심 노태악 대법관)은 22일 근로복지공단이 건설기계 운전기사‧임대인을 상대로 산업재해를 당한 하도급 근로자에게 지급했던 보험금에 대한 구상을 청구한 소송 상고심을 열고 이같이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번 전합 판결을 통해 건설기계 임대인‧운전기사들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 본문에서 말하는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에 따라 원고인 근로복지공단은 피고들을 상대로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통상 건설공사 하수급인은 건설기계를 임차하면서 운전노무까지 제공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다. 이 사건에서는 건설기계 임대인의 근로자가 건설현장에서 하수급인의 지휘‧명령 아래 건설기계를 운전하다가 공동작업 중이던 하수급인의 근로자에게 업무상 재해를 입혀 문제가 발생했다.

산재보험법 87조 1항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은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 그 급여액 한도 안에서 급여를 받은 사람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한다고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대법관 11명의 다수의견으로 ‘제3자’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자판했다. 전원합의체에는 사법 행정을 전담하는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3명의 대법관이 재판에 참여한다. 오석준‧서경환 대법관 2인은 별개의견을 냈다.

▲ 국내 산업재해 사망률 현황과 정부 개선 목표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 (그래픽 = 신미영 기자 win8226@)
▲ 국내 산업재해 사망률 현황과 정부 개선 목표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 (그래픽 = 신미영 기자 win8226@)

대법 전합 다수의견은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 본문에 따른 대위권의 행사 범위는 보험료 부담 관계가 아니라, 근로자들 또는 노무제공자들이 동일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업무상 재해에 관한 공동의 위험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업 또는 사업장에 내재하는 동일한 위험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 본문의 제3자 범위를 파악함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했다.

대법 전합은 특히 “가해자가 재해근로자의 사업주와 고용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아닌 경우에도 재해근로자와 동일한 사업주의 지휘‧명령 아래 그 사업주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재해가 발생했다면, 가해자와 재해근로자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내재하는 위험을 공유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제3자가 아니다”라고 기존에 취해 온 해석을 뒤집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산재보험법 87조 1항 본문에 따른 근로복지공단의 대위권 행사의 상대방이 되는 ‘제3자’의 판단 기준을 재정립했다”고 판례 변경 의미를 부여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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