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고가의 ‘똘똘한 한 채’와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강화 가능성을 거듭 시사하면서 해당 주택을 보유한 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실수요로 여겨져 각종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고가 1주택자들도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이처럼 시장이 혼란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는 서둘러 매도에 나서기보다는 보유 전략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22일 관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부동산 세제 개편을 통한 다주택자 규제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세금은 마지막 수단”이라면서도 “사회적 문제가 되는 상황이면 당연히 세제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주택자에게도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하는 제도를 언급하며 “바람직하지 않은 투자, 투기용 부동산을 오래 가지고 있다고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이상한 것 같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에 앞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고가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 부담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정부가 표심을 의식해 당장 세제 개편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후에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증세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대통령이 언급한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와 관련해 다주택자뿐 아니라 고가 1주택자까지 혜택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1주택자의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1가구 1주택자의 ‘거주 기간’에 따른 공제율은 유지하되 ‘보유 기간’에 따른 공제율을 양도차익 규모에 따라 10~40% 차등 적용을 추진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방식이 재도입될 경우 고가 1주택자의 세 부담이 최대 두 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세 부담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서둘러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한다. 본지 자문위원인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부동산 세제 개편이 있더라도, 서울 고가 주택이나 다주택자라고 해서 무조건 매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1주택자는 기존처럼 보유 전략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도 “자산 가격 상승 속도가 세 부담 증가보다 빠른 상황에서는 1주택자는 굳이 매도할 이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 역시 “보유세가 문재인 정부 때처럼 급격히 오르지 않는 이상 굳이 팔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 다주택자의 경우 상황에 따라 매각을 검토할 여지는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함 랩장은 “조정대상지역 내 3주택 이상 보유자는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일몰될 가능성이 있다”며 “증여가 어렵거나 기대 차익이 크지 않은 경우에는 매각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보유세 부담을 키우더라도 정부가 기대하는 매물 증가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세제 개편에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윤 랩장은 “세금 중과 땐 오히려 증여나 가족 간 거래 등 우회로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며 “중과세 강화는 매물을 늘리는 정책이라기보다 물량을 줄이는 효과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우리나라의 보유세 수준은 OECD 국가와 비교하면 아직 낮은 편이라 제도적으로는 인상 여지가 있다”면서도 “보유세 인상은 바람을 부는 것이고 시장에 매물을 유도하려면 거래세 인하라는 ‘햇빛’을 함께 비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