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구단들의 스프링캠프 출국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은 여전히 ‘정지 화면’에 가깝운데요. 20일 현재 미계약자로 남은 선수는 외야수 손아섭(한화 이글스·38), 투수 김범수(한화 이글스·31)·조상우(KIA 타이거즈·32), 포수 장성우(kt 위즈·36)까지 4명. 각 구단의 전력 구상이 사실상 윤곽을 드러낸 가운데 스프링캠프 명단에서도 제외된 이들의 시간만 빠르게 줄어들고 있죠. 단순한 몸값 협상을 넘어, 구단 운영의 기준이 ‘이름값’에서 ‘데이터와 효율’로 옮겨갔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각 팀의 출국 일정은 사실상 협상의 ‘현실적 데드라인’이 됐는데요. kt는 21일 호주 질롱로 떠나고, 한화와 KIA는 23일 각각 호주 멜버른과 일본 가고시마로 출국합니다. 계약이 늦어질수록 선수는 캠프 명단에서 제외된 채 개인 훈련으로 시즌을 준비해야 하죠. 선수단과 함께 몸을 만드는 것과 혼자서 시즌을 준비하는 건 차이가 큽니다. 그래서 속이 타는 쪽은 구단보다 선수들인데요.
현장에서도 “구단이 제시한 안을 선수 측이 받아들이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식의 반응이 나오고 있죠. 전력 구상이 마무리된 구단들은 급할 게 없고, 선택지가 좁아진 선수들이 더 조급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셈입니다.

미계약자 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름은 손아섭인데요. 통산 2618안타로 KBO 통산 최다안타 기록 보유자라는 간판만 보면 이미 결론이 났어도 이상하지 않죠. 게다가 손아섭은 보상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의 150% 보상금만 내면 되는 C등급이라 영입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냉정했죠. 30대 후반이라는 나이, 지명타자 활용 비중이 높다는 제약, 지난해 받은 연봉 수준 등이 협상의 걸림돌로 언급되는데요. 한화 입장에서는 올겨울 강백호를 영입하며 외야·지명타자 구성이 바뀐 것도 변수입니다. 손아섭 본인도 비시즌 의지를 드러내며 “비시즌에 이렇게 열심히 운동한 건 25살 이후 처음”이라고 했지만 결국 협상은 ‘얼마’만큼이나 ‘얼마나 뛸 수 있나’의 문제로 흘러가고 있죠.

한화 내부 사정도 손아섭·김범수 협상이 길어진 이유로 꼽힙니다. 한화는 FA 시장에서 강백호를 영입한 뒤, 구단의 다음 큰 과제로 노시환 비FA 다년계약을 추진해왔는데요. 샐러리캡과 페이롤을 계산해야 하는 팀 입장에서는 굵직한 계약의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내부 FA 협상이 뒤로 밀리게 됐죠.
결국 시장에서 다른 구단의 강력한 오퍼가 나오지 않는 사이, 협상 주도권은 자연스럽게 한화로 기울었는데요. 손아섭 측이 사인 앤 트레이드 등 여러 길을 열어두려 했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시즌을 앞두고 대부분 구단이 자리를 채운 상황에서 돌파구는 쉽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김범수는 이번 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아직 계약되지 않은 점이 의아할 정도인데요. 지난해 7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했고 피홈런이 한 개도 없었다는 점이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좌우 타자 상대 성적도 안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뒤따르죠.
그럼에도 협상이 늦어진 배경으로는 ‘등급’과 ‘리스크’가 동시에 거론되는데요. 김범수는 B등급이라 타 구단이 영입할 경우 보상 부담이 큽니다. 게다가 통산 평균자책점이 5점대라는 커리어 전체 지표가 테이블 위에 올라오면, 구단들이 장기 계약에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한화는 올 시즌 더 높은 곳을 노리기 위해 불펜의 핵심 자원이 필요하고 김범수 역시 캠프에서 정상적으로 몸을 만들어야 시즌을 준비할 수 있는데요. 서로의 필요가 분명한 만큼 스프링캠프 출국 전 간극을 좁히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KIA는 23일 출국을 앞두고 스프링캠프 명단을 발표했지만, FA 미계약자인 조상우의 이름은 빠졌는데요. KIA는 1차(가고시마 아마미오시마)와 2차(오키나와)로 캠프를 나눠 진행하고 대표팀(WBC)과의 연습경기 등 실전 일정까지 세워 둔 상태죠. 그만큼 계획이 이미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조상우는 지난 시즌 72경기에 나서 28홀드를 기록하며 개인 한 시즌 최다 홀드 기록을 세웠는데요. 다만 구속 하락과 기복이라는 평가가 따라붙었고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팀이 보이지 않으면서 협상 주도권이 KIA로 기운 모양새가 됐습니다. 조상우는 A급 FA라 보상 부담이 더 크다는 점도 외부 영입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죠.
그럼에도 “이견을 상당 부분 좁혀가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는데요. 출국 전까지 도장을 찍는다면 늦게라도 캠프 합류는 가능하지만, 명단에서 빠졌다는 사실 자체가 조상우에게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시간이 촉박한 쪽은 kt와 장성우인데요. kt는 21일 호주로 출국합니다. kt는 장성우 측과 수정안을 주고받으며 수차례 만났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21일 출국 명단에서 장성우를 제외한 상태죠.
kt 입장에서는 장성우의 존재감이 작지 않습니다. 주전 포수로서 투수들과 호흡을 맞춰온 시간, 공격에서의 꾸준함(최근 6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팀의 ‘안방’이라는 상징성이 있죠. 반면 구단이 조심스러워하는 지점도 분명한데요. 나이가 적지 않고 지난해 도루 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가 따라붙고 있습니다.
kt 내부에서는 “선수가 구단 상황을 이해하는 전향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기류도 전해졌는데요. 계약이 극적으로 타결된다면 장성우는 막판 비행기에 오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결론이 나지 않으면 ‘안방마님 없는 캠프’라는 초유의 장면이 현실이 되죠.

이번 FA 시장에서 구단들은 과거 기록과 공헌도를 존중하되 계약의 핵심 기준을 향후 생산성과 리스크 관리로 옮겨가고 있는데요. 에이징 커브, 기복, 부상 이력, 수비 지표 같은 ‘미래 변수’를 협상 테이블에 전면 배치하고 있죠.
손아섭, 김범수, 장성우, 조상우. 네 명의 이름은 아직 시장에 남아 있지만, 구단들의 비행기는 이미 출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는데요. FA 미계약자들의 운명은 결국 ‘오늘과 내일’ 사이에서 결론이 날 가능성이 커진 상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