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예능 프로그램이 전 국가적인 응원을 받고 있습니다. 올림픽과 월드컵 열기를 방불케 하죠. 출연진은 ‘국민 스타’로 등극하며 대통령도 인정했는데요. 한국 넷플릭스 프로그램에 난데없이 몽골의 ‘국뽕’이 솟아오르는 중입니다.
아시아 8개국이 국기를 걸고 맞붙는 넷플릭스 리얼리티 쇼, ‘피지컬: 아시아’가 막을 내렸는데요. ‘피지컬: 아시아’의 결승전은 한국·몽골·일본 세 나라의 생존전으로 압축됐습니다. 총 3단계의 파이널 미션 중 특히 가장 많은 시청자 반응을 끌어낸 장면은 ‘성 점령전’이었는데요.

선수들은 2.2t(톤)이 실린 마차를 밀고 모래언덕을 넘은 뒤 공성추로 성문을 부수고 다시 도개교를 끌어올려 경기를 마치는 미션이었습니다. 단순한 힘 대결이 아니라 모래 지형의 저항, 무게 분산, 마찰력까지 계산해야 하는 사실상의 스포츠 과학 실험에 가까웠죠.
미션 해결에는 힘과 지구력뿐 아니라 ‘지능’도 필요했는데요. ‘피지컬’이 아닌 ‘뇌지컬’ 수준이었죠. 공성추로 성문을 부수는 과정에서 한국은 ‘에밀레종 타종 전법(?)’을 3박자에서 2박자로 순식간에 바꾸며 성공했고, 몽골은 한쪽 문만 공략하는 방법을 택했는데요. 정말 다른 두 팀의 ‘뇌지컬’이 돋보였죠. 도개교를 끌어올리는 것도 기막혔습니다.
한국팀은 밧줄을 멀리 잡고 당기는 방식으로 힘을 최대한 활용하며 도개교를 닫았습니다. 소요시간 17분53초의 대기록이었죠. 몽골은 25분15초로 한국보단 늦었지만 그 지능은 번뜩였는데요. 다른 팀들이 단순 당기기로 승부를 봤다면 몽골은 공성추로 쓰인 통나무를 하나의 도구로 전환해 시스템 전체를 바꿨습니다. 덕분에 시간 초과로 탈락한 일본을 뒤로하고 한국과 마지막 결전을 벌일 수 있었는데요.
이 장면에서 역사적 맥락을 유머로 연결하는 댓글들이 빠르게 퍼졌습니다. 고려와 몽골의 전투사를 소환하며 “조상님들 고생 많으셨다”며 웃음과 응원을 섞은 장면은 한국 시청자들도 이들의 도전에 진심을 내비쳤는데요. 비록 우승을 하진 못했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엔 충분했죠.

몽골은 더 뜨거웠는데요. 방송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반응은 폭발했죠. 몽골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게렐바야르 오욘에르덴은 대회 초반 인터뷰에서 “아들과 함께 매주 시청하는 유일한 프로그램”이라며 사실상 ‘국가적 관심사’임을 공개적으로 인정했고요. 바트톨가 전 대통령은 결승이 끝난 직후 한국팀과 몽골팀의 사진을 나란히 게시하며 “젊은 세대가 세계에 보여준 용기와 품격에 경의를 표한다”고 썼죠. 정부 고위직이 문화콘텐츠에 이렇게 노골적으로 참여하는 일은 드문데요. 사실 그럴 일(?)이 없었던 탓도 있습니다.
몽골은 인구 약 340만 명의 크지만 작은 나라인데요. 몽골 국민에게 ‘피지컬: 아시아’는 국가 대항 스포츠 급이었죠. 그동안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몽골이 이번 쇼에서 아시아 최강국들과 경쟁하며 좋은 성적을 거두자 몽골 국민의 애국심이 고취된 겁니다.

이처럼 전통 씨름 선수부터 격투기, 서커스 예술가까지 이례적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몽골 대표팀은 대회 초반부터 기대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내며 국민적 관심을 가득 흡수했죠. 넷플릭스에서 몽골이 전면에 나선 첫 프로그램이라는 점도 컸는데요. 넷플릭스의 시청자가 ‘세계 단위’이다 보니 ‘피지컬: 아시아’의 흥행에 한껏 고무됐습니다. 이들이 이번 대회에서 얻은 것이 순위를 넘어서는 ‘국가적 서사’였죠.
몽골 유튜버들은 새로운 에피소드가 공개될 때마다 리액션 영상들을 쏟아내고 있고요. 단체 응원전까지 벌어졌죠. 울란바토르의 한 카페에서는 결승 주말 저녁 스크린을 설치해 단체 응원을 진행했고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던 영화관 두 곳은 결승전 당일에 맞춰 특별 상영회를 열었는데요. 입장료는 무료였고 200석 규모 홀 두 곳이 모두 매진됐습니다. 경기 장면에 따라 관객석에서 “Hüü!”(몽골어의 함성) 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오는 풍경은 정말 올림픽이었죠.

방송 중간중간 공개된 선수 개개인의 배경도 몽골 국민의 어깨를 드높였는데요. 팀의 얼굴이 된 어르헝바야르 바야르사이항은 전통 씨름 부흐 선수로, 몽골에서는 이미 전 국민적 스타였죠. 경기 중에는 힘보다 전략으로 동료들을 이끄는 모습이 부각되며 팬층을 넓혔습니다.
서커스 단원 라그바오치르는 “지금 이 무대를 보고 있는 건 몽골만이 아니다. 전 세계가 지켜본다”고 팀에 말했다는 일화가 퍼지면서 시청자들 사이에서 ‘몽골의 품격’이라는 해시태그가 등장했는데요.
격투기 선수 엥흐어르걸은 반대로 예능적 존재감이 컸죠. 양갈래 머리 스타일을 제작진이 유지하라고 권했다는 사실부터 장승 버티기에서 40분 가까이 버틴 장면까지, 시청자들이 ‘몽골의 미친 남자’라고 부르는 포인트를 스스로 만들어냈죠.
또 유도 국가대표 아디야수렌은 ‘지구력 괴물’이라는 별명을 얻었는데요. 감독의 반대로 출연이 무산될 뻔했지만, 협회장의 직접 승인으로 참가가 확정된 일화부터 장승 버티기에서 혼성 조합임에도 40분을 버틴 장면까지… 경쟁을 넘어서는 끈기와 깡은 몽골 선수들에 대한 시청자의 호감을 결정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몽골팀이 이렇게 다양한 배경과 개성을 가진 팀이 된 건 사실 ‘계획적’이었는데요. 몽골팀 출연을 가능하게 만든 중심 인물 BOKI는 팟캐스트에서 이 프로젝트가 사실상 ‘몽골이 스스로 기획해 넷플릭스의 문을 두드린 결과’라고 털어놨습니다. ‘피지컬 100’ 시즌1을 보고 감탄한 그는 몽골의 전통 스포츠와 이미지도 세계적으로 조명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는데요. 처음에는 몽골 선수 50명과 한국 선수 50명의 국가전 콘셉트로 기획안을 작성했는데요. 자연지형 미션까지 구성한 완성된 아주 ‘적극적인’ 제안서였죠.
그러나 제작진의 연락은 오지 않았는데요. 이메일과 메시지를 수십 차례 보낸 끝에야 PD와 통화가 연결됐고 아시아 대항전 포맷 가능성을 전해 들었습니다. 이때부터 몽골팀은 독자적으로 200명 넘는 선수 후보군을 꾸렸습니다. 운동선수, 배우, 모델, 특수부대 출신까지 몽골에서 체력과 기술을 가진 인물 대부분이 이 명단에 포함됐는데요. 이후 온라인 인터뷰 150명, 현지 대면 인터뷰 30~40명을 거쳐 최종 6명이 선발됐죠. 그야말로 ‘국가대표급’ 선정이었습니다.
촬영 과정에서도 몽골팀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장면을 강하게 의식했는데요. 첫 등장 장면에서 몽골 전통 복식과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자긍심을 드러냈죠. 제작진의 기밀 유지 수준과 촬영 집중도에 대해서도 “몽골 TV 제작 환경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체계적이었다”고 평가했는데요.
이 모든 과정은 몽골 내부에서 ‘자력으로 세계 무대에 오른 최초의 예능 프로젝트’라는 자부심을 낳았는데요. 이들에게 ‘피지컬: 아시아’ 속 몽골팀은 작은 에이전시 한 명의 아이디어가 씨앗이 되어, 국가적 프로젝트로 자라 글로벌 무대에 오른 셈이죠. 우승 여부와 별개로 완주 과정 자체가 몽골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서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결승 이후 일본 일부 팬들 사이에서 편향·조작 논란이 불거졌는데요. 일본팀 리더 오카미 유신도 SNS에서 비슷한 뉘앙스의 글을 남겼다가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몽골 측은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는데요. 몽골팀 에이전시 대표 둘구운 엔흐초그트는 “한국이 우승한 것은 실력”이라며 우승자를 치켜세웠습니다. 그리고 “우리 몽골이 이번 프로그램에서 가장 큰 성과를 얻었다”며 “세계가 바라보는 몽골인의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우리를 응원한 다른 나라들에게도 감사해야 한다”고 강조했죠. 이 절제된 메시지는 오히려 글로벌 시청자들의 호감을 불러왔는데요. 물론 기존 긍정적인 한국 팬들의 마음을 더 움직였죠.
한국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면 몽골은 ‘이야기’를 들어 올린 셈인데요. 자신들의 가능성을 느낄 수 있는 무대에 두근거리는 건 당연한 반응이죠. 설득력을 갖춘 몽골의 귀여운 ‘국뽕’에 응원을 보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