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병합 둘러싼 갈등에…‘70년 나토 동맹’ 미국·유럽, 결별 위기

입력 2026-01-1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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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서 한 팀 부르짖었지만
경제적 이해에 관계 급속 냉각
‘세계 4배’ 온난화에 북극권 새 요충지 부상
희토류·북극항로 등 개발길 열려
다보스포럼서 격돌 전망

▲왼쪽 사진은 그린란드 누크의 미국 영사관 앞에서 시위에 참가한 한 소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징하는 헤어피스가 그려진 그린란드 지도를 들고 있다. 오른쪽은 트럼프 대통령 모형이 유럽연합(EU)기와 그린란드 국기 앞에 놓여 있다. (누크/AP·로이터연합뉴스)
▲왼쪽 사진은 그린란드 누크의 미국 영사관 앞에서 시위에 참가한 한 소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징하는 헤어피스가 그려진 그린란드 지도를 들고 있다. 오른쪽은 트럼프 대통령 모형이 유럽연합(EU)기와 그린란드 국기 앞에 놓여 있다. (누크/AP·로이터연합뉴스)
그린란드를 둘러싼 갈등이 미국과 유럽연합(EU) 관계의 구조적 변화를 드러냈다. 안보에서는 같은 편이지만, 이해가 충돌하는 순간 동맹의 작동 방식은 급격히 달라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그린란드 병합에 반대하는 유럽 8개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EU가 보복 관세와 ‘무역 바주카’로 불리는 초강경 수단까지 대응 시나리오를 테이블에 올리는 등 194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출범 이후 70여 년 만에 가장 큰 결별 위기를 맞게 됐다.

▲18일(현지시간) 덴마크 군인들이 그린란드 누크 항구에서 하선하고 있다.  (누크/AF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덴마크 군인들이 그린란드 누크 항구에서 하선하고 있다. (누크/AFP연합뉴스)

“동맹 비용 과도”…유럽의 인식 전환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을 안보와 노골적으로 연계했다는 점에서 과거 관세 분쟁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대한 접근권과 군사적 보호를 동시에 지렛대로 삼아 동맹국의 정책 선택을 압박하는 방식이다.

유럽 지도자들은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의 ‘해방의 날 관세(상호관세)’ 발표 때만 해도 보복에 신중했다. 나토 동맹 유지와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미국을 붙잡아 두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류가 달라졌다. 리스크 관리 전문 컨설팅기업 유라시아그룹의 무즈타바 라흐만 유럽 담당 이사는 “나토와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미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 치르는 대가가 너무 커지고 있다는 공감대가 커지면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린란드에 도착한 덴마크군 병사들이 18일(현지시간) 모처에서 실사격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그린란드에 도착한 덴마크군 병사들이 18일(현지시간) 모처에서 실사격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녹는 빙하, 뜨는 섬…그린란드 가치 커져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는 기후변화가 만든 새로운 패권의 무대다. 북극권 온난화가 세계 평균의 약 4배 속도로 진행되면서 해빙이 가속화됐고, 그 결과 그린란드는 미사일 방어·조기경보의 핵심 요충지이자 새로운 북극 항로의 관문, 전략 광물의 보고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기’라고 부정해온 기후변화가 만들어낸 지정학적 변화가 아이러니하게도 미·EU 동맹의 균열을 드러내는 출발점이 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망인 ‘골든돔’ 구상에 그린란드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핵심 자원과 북극 항로를 둘러싼 공급망 재편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문제협의회(CFR)에 따르면 북극 항로가 본격 활용될 경우, 파나마·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던 미국 선박의 항해 거리는 최대 절반까지 줄어들 수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그린란드의 희토류 매장량을 세계 8위 수준인 약 150만 t(톤)으로 추산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에서 컨테이너선이 다리 아래를 통과해 뉴욕 항에 입항하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에서 컨테이너선이 다리 아래를 통과해 뉴욕 항에 입항하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위협 인식은 공유, 해법은 충돌

유럽 국가들은 그동안 북극권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해야 한다는 미국의 안보 논리에는 공감해 왔다. 하지만 안보 협력의 연장선에서 그린란드 병합을 기정사실화하려는 미국의 구상에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일부 EU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장악하도록 허용할 경우 다른 유럽 영토들이 다음 차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는 군사동맹의 근간을 훼손할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러시아의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 미국이 나토 동맹국으로부터 영토를 강제로 빼앗는 사태가 발생하면 사실상 나토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위협 인식을 공유하면서도, 그린란드를 둘러싼 해법에서는 미·EU가 뚜렷이 갈라서는 지점이다.

문제는 EU가 마냥 강경일변도로 대응할 순 없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관계 악화는 우크라이나 지원과 대러시아 억지에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침공에 대비한 유럽의 방어 태세는 미군에 크게 의존한다. 나토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도 전통적으로 미국인이 맡아왔다. 러시아의 침략을 받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도 미국에 의존하는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손을 떼면 유럽 내 러시아의 위협은 더욱 커진다.

한편 미국과 유럽은 19일부터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 총회, 일명 다보스포럼에서 그린란드 문제를 둘러싸고 격돌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21일 연설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그린란드를 둘러싼 안보·통상·동맹 균열 문제가 글로벌 외교무대 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것은 6년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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