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가상자산 법안, 완벽 기하려다 '누더기' 된다

입력 2026-01-16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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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는 늘 상당한 진통이 따른다. 다만 그 진통이 제도의 완성도를 높이기보다 논의의 본질을 흐리는 방향으로 흐를 때는 경계가 필요하다. 최근 디지털자산기본법, 이른바 2단계 법안을 둘러싼 논의가 그렇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편입하기 위한 기본 틀이다. 2024년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1단계라면, 자본시장에 준하는 규율 체계를 구축하려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그다음 단계다. 그런데도 현재 논의는 출발선에 서 있는 법안에 과도한 기대와 쟁점을 한꺼번에 얹으려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정부안 제출이 지연되자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가 통합안을 준비하며 국회가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여러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은 규제 공백 해소와 제도권 편입, 스테이블코인 관리라는 공통된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이미 합의의 토대는 상당 부분 마련돼 있다는 평가다.

이런 와중에 최근 가상자산거래소 지분 제한이 금융위원회 쟁점 조율안에 담겼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논의의 방향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대체거래소(ATS)에 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소유 분산 기준이 도입은 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는 사안이다. 업계의 즉각적인 반발과 학계의 재산권 침해 우려는 이를 방증한다.

지금은 규제를 더 얹을 때가 아니라, 합의된 사안을 먼저 정리할 때다. 2단계 법안은 완결판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쟁점을 무리하게 끼워 넣는다면, 법안 전체가 표류할 가능성만 키울 뿐이다.

한 의원이 2단계 이후를 전제로 한 ‘3단계 법안’ 논의를 천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계별로 제도를 다듬는 접근이야말로 현실적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제도권 편입의 초석이 되려면, 지금은 무엇을 더 넣을지가 아니라 무엇을 남겨야 할 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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