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가격 낮추고 중·러 견제 ‘두 마리 토끼’
셰일업계는 거세게 반발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을 장악해 향후 수년간 지배력을 행사하는 광범위한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자신의 목표인 ‘유가 배럴당 50달러’ 달성을 위해 이번 조치가 도움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검토 중인 계획의 핵심은 미국이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 PDVSA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PDVSA의 석유 생산량 대부분을 미국이 확보하고 직접 판매하는 방안이 포함된다.
이 계획이 성공하면 미국은 자국 내 매장량과 미국 기업이 통제하는 타국 생산량을 합쳐 서반구 석유 매장량의 대부분을 관리하는 압도적인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두 가지 핵심 목표인 베네수엘라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을 배제하는 것과 미국 소비자를 위해 에너지 가격을 낮추는 것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카드라고 WSJ는 설명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니콜라스 마두로의 불법적인 마약 테러 정권 자금줄이었던 베네수엘라 석유를 트럼프 대통령이 통제함으로써 미국 에너지산업,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과 베네수엘라 국민이 막대한 혜택을 입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 역시 골드만삭스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나오는 원유를 판매할 것”이라며 “처음에는 비축된 석유를, 이후에는 앞으로 생산될 석유를 시장에 ‘무기한(indefinitely)’ 판매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50달러 유가' 구상은 그의 핵심 지지 기반인 미국 석유·가스 업계의 이해관계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현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56달러 선으로 이미 낮은 수준이다.
많은 셰일기업은 배럴당 50달러를 수익을 낼 수 있는 마지노선(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저유가 기조가 장기화하면 미국 셰일산업 자체가 궤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투자자들은 ‘에너지 지배’보다는 ‘배당금’을 원하고 있어서 트럼프의 증산 요구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투자를 늘리지 않고 있다.
클레이 시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에너지 패권에는 관심이 없다”며 “그들은 에너지 배당금에만 관심이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직접 통제하려는 것은 말을 듣지 않는 자국 내 시추기업들을 우회하려는 시도이자 전 세계에 미국의 에너지 장악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WSJ는 풀이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군이 마두로 전 대통령을 체포한 직후부터 베네수엘라 신정부와 석유 공급 통제권 확보를 위한 비공개 협상에 착수했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은 마두로 체포를 ‘우리 관계의 오점’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미국과 베네수엘라가 경제적 관계를 맺는 것은 이상하거나 불규칙한 일이 아니다”라며 협력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국은 향후 PDVSA의 석유를 셰브론 등 대기업과의 합작 투자를 통해 확보하고 유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석유의 최종 목적지를 정부가 결정하고 미국 기업들이 수익 일부를 가져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수년간의 투자 부족과 방치로 황폐화한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는 걸림돌이다. 전문가들은 생산량을 유의미하게 늘리기 위해서는 수십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셰브론, 엑손모빌 등 주요 석유 기업 경영진과 백악관에서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