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아니면 해지"⋯정비사업, 브랜드 갈등 확산

입력 2026-01-0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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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원2구역 재건축 조감도. (사진제공=상대원2구역 재건축 조합)
▲상대원2구역 재건축 조감도. (사진제공=상대원2구역 재건축 조합)

최근 정비 업계에서 고급 자재와 조경, 조명 등이 적용된 하이엔드 브랜드를 둘러싼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조합은 단지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하이엔드를 원하지만 시공사는 까다로운 기준을 바탕으로 선별적 적용을 하다 보니 견해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하이엔드 브랜드를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2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해 12월 29일 대의원회에서 시공사 DL이앤씨와의 시공 계약 해지 안건을 가결했다.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한 지 10년 만이다. 조합은 새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으며 6일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다. 현장설명회에는 GS건설, 포스코이앤씨, 금호건설, 남광건설 등 4개사가 참석했다.

상대원2구역은 상대원동 3910번지 일원을 재개발해 최고 29층, 총 43개 동, 4885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조합은 2015년 10월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했으며 2021년 ‘e편한세상’ 브랜드로 도급계약을 맺었다. 공사 규모는 2015년 당시 8300억 원 전후였으나 최근 공사비 인상으로 1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조합은 2023년에도 한 차례 ‘성남 첫 아크로 적용’을 추진했다. 고급화를 통해 단지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DL이앤씨는 당시에도 아크로 적용이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시공사는 △아크로 브랜드 적용 기준 강화 △설계 변경에 따른 착공 지연 △공사량 증가에 따른 공사비 증가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후 조합은 지난해 11월 공사비 협상을 진행하며 아크로 적용을 재요청했다. 그러나 DL이앤씨는 같은 해 12월 9일 조합에 아크로 브랜드 적용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대신 상대원2구역만을 위한 신규 브랜드를 제안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조합에 리미티드 에디션을 제안하고 의견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시공사 지위가 해지된 것은 아니고 조합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시공사 해지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서울 중구 신당8구역이 대표적이다. 이 구역은 2021년 시공사인 DL이앤씨에 ‘아크로’ 브랜드 적용을 요구했으나 DL이앤씨가 거절하자 조합이 시공사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조합은 2023년 포스코이앤씨를 새 시공사로 선정하고 프리미엄 브랜드 ‘오티에르’를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DL이앤씨와의 계약 해지 여파로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 중이다. 입주 시점은 2024년에서 2029년으로 5년 늦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공사와 조합이 갈등을 겪으면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고 특히나 시공사 변경까지 간다면 손해배상 소송 등의 문제도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비업계에서 하이엔드 브랜드에 대한 요구가 늘면서 시공사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모든 사업장에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할 수는 없고 공사비와 자재 수준이 일반 브랜드와 크게 달라 사업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주변 시세와 시장성 분석을 바탕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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