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이날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벤치마킹한 ‘성장엔진 특별보조금’을 신설해 기업의 지방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파격적인 당근책도 내놨다.
브리핑룸의 분위기는 고무적이었다. 김 장관은 “일본이 TSMC 유치를 위해 10조 원이 넘는 돈을 지원한 것처럼 우리도 그런 각오로 임하겠다”며 비장함마저 보였다. 기존 기업당 200억~300억 원 수준의 지원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판을 키워 확실한 유인책을 주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돈 보따리를 풀면 생산공장은 내려갈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두뇌’ 격인 기획, 마케팅, 연구개발(R&D) 핵심 인력은 요지부동이다. 이 때문에 지방에는 고부가가치 직무를 수행할 인재 풀(Pool)이 없다.
이른바 ‘무늬만 본사 이전’이다. 관가에서 “기업을 내려보내는 게 문제가 아니라 껍데기만 내려갈까 봐 겁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공무원은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기업 등을 떠밀어 내려보내더라도 결국 핵심 기능은 서울로 다시 회귀하는 악순환을 끊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일ㆍ가정 구조의 변화다. 옛날처럼 가장이 혼자 벌어 가족을 부양하던 외벌이 시대는 끝났다. 맞벌이가 보편화된 지금, 남편이나 아내가 지방 발령을 받는다고 해서 온 가족이 짐을 싸지는 않는다. 배우자가 그 지역에서 동등한 수준의 커리어를 이어갈 일자리가 없다면 이주는 불가능하다.
결국 주말 부부를 양산하거나 기업 입장에서는 서울 사무소를 유지하며 이중 비용을 치르게 된다.
정부는 이번 업무보고에서 규제 특례, 세제 혜택, 재정 지원 등 ‘성장 5종 세트’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하나의 기업을 옮기는 것은 건물만 이전하는 게 아니라 둘러싼 ‘생태계’를 이식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대전이 그나마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이유는 연구단지를 기반으로 바이오·로봇 기업들이 자생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했고, 연구직 부부들이 함께 정착할 수 있는 정주 여건과 교육 환경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지방시대는 단순히 지도 위에 선을 긋고 보조금을 준다고 오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내려가서 버틸 수 있는 ‘사람의 숲’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다면 수조 원의 보조금은 그저 공장 부지를 닦는 콘크리트 비용으로 증발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