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안정성에 대한 신뢰 부족 판단
여당-재계, 지방 투자 계획 논의 한창
지방선거 이벤트에 기업들 부담 가중

재계가 이재명 정부 2년 차를 맞아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보다 향후 정치 일정에 따른 불확실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코스피 부양과 지배구조 개선, 주주 환원 확대 등 주주 친화적 신호가 잇따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결단을 이끌어내기에는 정책의 안정성과 지속성에 대한 신뢰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6월 전국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지방 투자 유인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기업들은 자본시장 정책과 지역 투자 요구 사이에서 선택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관세 이슈로 혼란을 겪은 이후 내실 다지기에 나서야 할 시점이지만, 올해 역시 기업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재계와 정치권은 지역 균형발전 방안을 놓고 연이어 접점을 넓히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지난달 간담회를 열고 지역 특구 정책과 기업 투자 유인책, 전력·에너지 시스템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를 시작으로 양측은 만남을 이어가며 지방 투자와 관련한 제도적 지원과 기업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두고 의견을 교환할 방침이다.
지난해 기업 환경은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이사 충실의무 강화) 등 규제 중심 기조가 두드러졌다. 노동과 지배구조 이슈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기업 심리를 압박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자본시장 활성화와 주가 제고를 위한 정부 정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환원 확대 등 정책 신호 역시 기업들 입장에서는 긍정과 부담이 교차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재계가 체감하는 올해 최대 변수는 지방선거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정책 관심이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기업을 향한 지방 투자 권유가 이전보다 구체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순한 메시지 차원을 넘어, 특정 지역과 산업을 염두에 둔 투자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체감 온도도 달라지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작년에는 대선을 앞두고 제조업을 중심으로 지방 투자를 권유하는 분위기였다면, 대선 이후에는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전남 지역에 대한 투자 권유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정치 일정에 따라 투자 논의의 방향과 강도가 달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해당 지역 투자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SK와 OpenAI는 전남 지역에 ‘오픈AI 전용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SDS 컨소시엄은 해남 솔라시도 데이터센터파크 부지를 국가 인공지능 컴퓨팅센터 공모에 단독으로 응찰했고, LS그룹 역시 해남 지역에 대규모 해상풍력 투자를 공식화했다. 데이터센터와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산업을 중심으로 한 지방 투자가 점차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재계에서는 이러한 정책 흐름이 기업들에 현실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의 지방 투자 권유 기조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국제 정세 불확실성과 고환율 등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지방 투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수익성과 사업성을 기준으로 투자 속도를 조절해야 하지만, 올해 역시 기업들이 이런 정책 환경 속에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