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채널까지 닫혔다…투자 판단 ‘사각지대’ 커져
세제 인센티브로 국내 복귀 유도…해외투자 위축 우려 확산

금융당국이 해외주식 투자 과열을 이유로 증권사 마케팅에 제동을 걸면서 개인 해외주식 투자자들의 불만이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수수료 무료 이벤트 종료와 정보 제공 채널 중단이 잇따르자 ‘서학개미’들은 사실상 해외투자 자체를 위축시키는 조치라며 반발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비대면 계좌 ‘슈퍼365’를 통해 제공해 온 미국 주식 매매 수수료 무료 정책을 연초부터 중단하기로 정했다. 당초 내년 말까지 국내·미국 주식 모두에 제로 수수료를 적용할 계획이었지만, 새해부터는 신규 고객의 미국 주식 거래에 한해 혜택을 중단한다. 기존 가입자는 당분간 무료 수수료가 유지되지만, 회사는 향후 전면 중단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변화는 금융당국의 해외주식 마케팅 제한 기조와 맞물려 있다. 금융감독원은 고환율 환경 속에서 해외투자 열기가 과열됐다고 보고, 증권사들에 내년 3월까지 해외투자 관련 신규 현금성 이벤트와 공격적 광고를 중단하도록 안내했다. 이에 따라 연말을 앞두고 마케팅을 강화하던 증권사들은 해외주식 프로모션을 앞다퉈 접는 분위기다.
실제로 삼성증권과 키움증권은 해외주식 신규 고객에게 제공하던 투자 지원금을 중단했고, 한국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타사 보유 해외주식을 이전하면 현금을 지급하던 입고 이벤트를 더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미래에셋증권과 토스증권도 해외주식 관련 프로모션을 일시 중단하거나 조기 종료했다.
해외주식 정보 제공 채널까지 닫히면서 투자자들의 체감 불편은 더 커졌다. 키움증권은 이달 말부터 미국 주식 정보를 제공하던 텔레그램 채널 운영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이 채널은 미국 증시 일정과 종목 이슈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며 개인 투자자들의 주요 정보 창구로 활용됐다. 업계에서는 이 역시 당국의 마케팅 제한 방침에 따른 조치로 본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수수료 혜택은 물론 정보 접근성까지 동시에 줄어들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한 해외주식 투자자는 “국내 시장은 규제로 묶여 있고, 해외 투자는 이벤트와 정보 채널이 사라지는 상황”이라며 “개인이 감내해야 할 장벽만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해외주식 매각을 전제로 국내 증시 복귀를 유도하는 세제 방안을 내놓으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기획재정부는 해외주식을 매각한 뒤 해당 자금을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할 경우, 일정 한도 내에서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국내시장 복귀계좌’ 도입을 예고했다. 복귀 시점에 따라 감면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다.
정책 취지는 국내 자금 유입과 외환시장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것이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이를 사실상의 해외주식 매각 유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환율 불안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금융당국은 해외투자 규모가 급증한 만큼 투자자 보호와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위험 경고와 정보 제공·마케팅 제한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당국의 관리 기조가 분명해지면서 증권사들이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혜택 축소와 불편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