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를 품은 정원… 부산 낙동강, 기업 ESG와 만나다

입력 2025-12-2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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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청 전경 (사진제공=부산시청 )
▲부산시청 전경 (사진제공=부산시청 )

부산시가 정원을 '경관 사업'이 아닌 '기후 대응 인프라'로 재정의하는 실험에 나섰다. 부산시와 LG전자가 손잡고 추진하는 '부산낙동강정원 사회가치경영(ESG) 기업동행정원 조성' 사업은 도시 녹지 정책의 방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시도로 평가된다.

부산시는 23일 LG전자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부산낙동강정원 일원을 중심으로 블루카본 기반 생태계 복원과 탄소중립 실천 모델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은 정원을 단순한 휴식 공간이나 조경 사업의 영역에서 벗어나, 탄소를 흡수하고 생태계를 회복하는 ‘기후 대응 자산’으로 확장하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의 정원 조성 사업은 ‘보여주기식 경관 행정’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조성 이후 유지·관리 부담은 커지지만, 기후 위기 대응이나 탄소 감축과 같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았다. 부산시가 이번 협약을 통해 내세운 ‘블루카본 정원’은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정책적 선언에 가깝다.

핵심은 염생식물이다. 갈대, 칠면초 등 염생식물은 육상 식생보다 탄소 흡수 속도가 빠르고 저장 능력이 뛰어난 대표적인 블루카본 자원이다. 특히 낙동강 하구와 삼락생태공원 일대는 염분 환경과 수리 조건이 맞아 블루카본 생태계 실증에 적합한 지역으로 꼽힌다. 부산시는 이곳을 실험 무대로 삼아 2025년부터 2028년까지 단계적인 식재와 장기 모니터링을 추진할 계획이다.

LG전자의 참여 방식도 주목된다. 단순한 기부나 홍보성 ESG가 아니라, 기능성 소재인 ‘마린 글라스’를 활용해 염생식물의 생존율과 생장률을 높이고, 탄소 흡수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업의 기술 역량을 공공 생태 복원에 접목한 사례로, 민관 협력 ESG의 한 모델을 제시한다는 평가다.

이번 사업은 부산시가 추진 중인 낙동강정원의 국가정원 지정 전략과도 맞물린다. 국가정원 지정은 단순한 면적이나 경관 경쟁이 아니라, 차별화된 콘텐츠와 정책적 명분이 핵심이다. 블루카본과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정원 정책과 결합한 이번 시도는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도 전략적 의미가 크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생태 복원 사업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으려면, 장기적인 관리 체계와 성과 평가 기준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탄소 흡수량을 포함한 정량적 성과가 정책적으로 축적되지 않는다면, ‘좋은 취지’에 머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번 협약은 분명한 방향 전환을 보여준다. 정원을 ‘꾸미는 공간’이 아니라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도시 자산’으로 인식하는 정책적 전환이다. 박형준 시장이 강조한 ‘정원 속의 도시, 부산’이 구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낙동강정원 실험이 지속 가능한 도시 기후 정책으로 뿌리내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부산의 정원이 탄소를 흡수하는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 이번 동행정원이 그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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