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이노텍이 계기판 뒤에 탑재돼 운전자를 모니터링하는 ‘차세대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이하 차세대 UDC)’을 개발하고 이를 CES 2026에서 최초 공개한다고 18일 밝혔다. 자율주행 고도화에 따라 의무 장착이 확산되고 있는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DMS) 시장을 겨냥한 행보다.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UDC)는 차량 내부 카메라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해 DMS를 구현하는 핵심 요소다.
DMS는 자율주행 단계가 높아질수록 운전자 부주의를 예방하기 위한 필수 장치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은 2026년부터 신차에 DMS 의무 장착을 법제화할 예정이며,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도 의무화를 적극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DMS 핵심 부품인 카메라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고급 차종을 중심으로 △세련된 실내 디자인 △프라이버시 보호 △운전자 심리적 부담 완화 등의 이유로 돌출형 카메라 대신 보이지 않는 UDC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디스플레이가 카메라 시야를 가리면서 발생하는 화질 저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UDC 도입을 주저해 온 대표적인 이유였다.
LG이노텍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량용 디스플레이 선도 기업인 LG디스플레이와 손잡고 2024년부터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1년여의 연구개발 끝에 디스플레이 뒤에 카메라를 숨기면서도 화질 저하를 사실상 제거한 차세대 UDC를 업계 최초로 구현했다.
기존 DMS용 카메라는 대시보드나 조향장치 위에 설치돼 운전자 시야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고, 실내 디자인 완성도를 해친다는 지적이 많았다. 반면 차세대 UDC는 계기판 역할을 하는 디스플레이 패널 뒤에 장착돼 카메라 존재를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로 깔끔하게 숨겨진다. LG이노텍은 이 같은 설계가 하이엔드 완성차 브랜드에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화질 성능도 대폭 개선됐다. 차세대 UDC는 카메라 앞에 디스플레이 패널이 없는 상태에서 촬영한 화질과 99% 이상 동등한 수준을 구현했다. 기존 UDC는 디스플레이 패널로 인해 DMS용 일반 카메라 대비 화질이 약 30% 낮아지는 한계가 있었지만,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했다.
LG이노텍은 자체 개발한 ‘AI 화질 복원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디블러(Deblur) △디노이즈(Denoise) 등 AI 알고리즘으로 손상된 영상을 복구했다. 운전자의 표정, 눈 깜빡임, 움직임 등을 정확히 감지해야 하는 DMS 특성상 화질은 핵심 성능 요소로 꼽힌다.
LG이노텍 관계자는 “향후에는 ‘차세대 UDC’가 운전자뿐 아니라 탑승자와 색깔 등을 인식해 시트 조절, 내부 온도 설정 등 차량의 맞춤형 편의 기능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UDC 공개를 계기로 LG이노텍은 차량 내·외부를 아우르는 자율주행 센싱 솔루션 라인업을 한층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세계 1위 DNA를 바탕으로 △차량 카메라 모듈 △라이다(LiDAR) △레이더(Radar)를 융·복합한 솔루션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LG이노텍은 이미 △눈·성에 제거 시간을 절반으로 줄인 고성능 히팅 카메라 △한 대의 카메라로 운전자와 탑승자를 동시에 모니터링하는 ‘RGB-IR 고성능 인캐빈 카메라 모듈’을 선보였다. 올해 7월에는 미국 라이다 전문기업 아에바(Aeva)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9월에는 4D 이미징 레이더 전문기업 스마트레이더시스템에 전략적 지분 투자도 단행했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2030년까지 차량 센싱 솔루션 사업 매출을 2조 규모로 키울 것”이라며 “차별적 고객가치를 제공하는 혁신 부품을 지속 선보이며, 고객의 비전을 함께 실현하는 신뢰받는 기술 파트너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S&P 글로벌(S&P Global)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용 인캐빈 카메라 모듈 시장은 2025년 약 18억 달러(약 2조6500억 원)에서 2035년 약 51억 달러(약 7조5000억 원)로 연평균 11%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이노텍은 차세대 UDC를 앞세워 이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