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형태양광 ‘농사와 발전’ 두 마리 토끼?…해외선 ‘농사 포기’

입력 2025-12-1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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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 수확량 감소에 방목·비식용 재배 확산…제도 취지와 괴리
“영농 유지 전제 없는 확산, 농지의 에너지화 우려”

▲영농형태양광 모습. (뉴시스)
▲영농형태양광 모습. (뉴시스)

‘농사와 발전을 동시에’라는 영농형태양광의 약속은 해외에선 현실이 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작물 수확량 감소 문제가 반복되면서 농사 대신 방목이나 비식용 재배로 활용하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농작물 생산을 유지하려면 작물·토양·기후에 대한 정밀한 검증이 선행돼야 하지만, 제도 확산에 비해 연구와 검증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15일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이 최근 발간한 ‘영농형 태양광은 두 마리 토끼를 정말 잡을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영농형태양광 도입 국가에서는 ‘식량 생산’보다 방목이나 비식용 재배로 활용되는 사례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농형태양광 환경에서 작물 수확량이 감소하는 사례가 국제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관련 연구의 약 80%에서 작물 생산성이 낮아졌고, 일부 사례에서는 수확량이 4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가축 방목이나 비식용 작물은 차광에 따른 생산성 저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설비 관리와 토지 유지 측면에서도 안정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미국 전역의 영농형태양광 시설 약 600곳 가운데 가축 방목을 병행하는 곳은 233곳에 달했지만, 태양광 패널 아래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시설은 35곳에 그쳤다. 나머지 시설 상당수는 자생 잔디 조성이나 수분 매개 곤충 서식지 조성 등 비식량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작물 생산성 저하에 대한 문제 제기는 국제 학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리티’에 실린 연구를 포함한 메타 분석 결과, 영농형태양광 관련 연구의 약 80%에서 작물 수확량 감소가 확인됐다. 일부 엽채류는 차광 환경에서 생장이 늘어난 사례도 있었지만 예외적 경우에 가까웠고, 다수 작물은 수확량이 40% 이상 줄거나 최대 80% 이상 감소한 사례도 보고됐다.

일본 사례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일본 농림수산성 자료를 보면 2022년 기준 영농형태양광을 도입한 5351농가 가운데 관상용 등 비식용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가 36%로 가장 많았고, 채소는 29%, 과수는 13% 수준이었다. 같은 해 영농을 병행하지 않고 농지 전체를 태양광 설비로 전환한 사례는 5422건으로, 영농형태양광 허가 건수를 웃돌았다.

이러한 흐름은 영농형태양광 제도의 취지와 괴리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2021년 황폐농지 기준을 완화해 영농형태양광 설치 요건을 크게 낮췄는데, 이로 인해 실질적으로 영농을 전제하지 않는 태양광 설치가 늘어났다는 평가다. 농지 활용의 중심이 식량 생산에서 에너지 생산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기술·비용 장벽도 적지 않다. 영농형태양광은 구조가 복잡해 일반 지붕형 태양광보다 설치 비용이 최대 3배까지 늘어날 수 있고, 설계·유지 과정에서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작물 관리와 설비 보호를 동시에 고려해야 해 노동력과 생산비가 증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소규모·임차농 중심의 국내 농업 구조에서 접근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영농형태양광이 농가 소득 보완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정책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영농 유지’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도 확산에 앞서 작물별 실증 연구, 식량안보 영향 분석, 임차농 보호 장치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지 않으면 지역 농업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다.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은 “영농형태양광 시스템에 적합한 작물과 토양, 기후 유형을 파악하려면 광범위한 연구가 필요하지만, 현재 선행 연구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태양광 패널이 토양 생물다양성과 서식지 구조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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