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규정 필요…"내년 초 정부에 건의"
농협중앙회도 "햇빛 소득마을 사업 참여 검토"
상호금융권, 대출시장 위축 새 수익원 발굴

정부가 메머드급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출범시키며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을 전면에 내세우자 상호금융권이 발 빠르게 '역할 찾기'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햇빛·바람연금' 구상과 맞물려 관련 금융상품 개발에 착수하는 등 신사업 발굴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수협중앙회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 후보 시절 수차례 언급했던 '신재생에너지 개발 이익 공유제'(햇빛·바람연금)에 특화된 신규 대출 상품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수협은 지난 7월 1억 원의 비용을 들여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본지가 입수한 용역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수협중앙회는 해상풍력 이익 공유제에서 중앙회의 역할을 구체화하는 모델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재생에너지 이익공유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발전사업자가 주도해왔는데 수협이 틈새를 공략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해상풍력 이익 공유제는 흔히 '바람연금'으로도 불린다.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 초기 단계에 지역 주민들이 일정 금액을 투자하면 이후 전기 생산으로 발생한 수익의 일부를 주민들이 연금처럼 정기적으로 배분받기 때문이다.
수협은 이익 공유제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특화 대출 상품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연구용역에서도 '신규 여신상품 개발에 대한 근거 검토'를 주요 과제로 제시한 상태다. 수협이 어업인이나 지역 주민에게 특화된 대출을 제공하면 그들이 해당 자금을 활용해 해상풍력 발전사업에 투자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러한 대출상품을 운영하려면 해상풍력 특별법 하위 시행령·고시 제정 과정에 관련 근거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수협 측 설명이다.
이에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에너지와 공간'은 연말까지 법률 하위법령 제정 방향과 구체화된 여신상품 개발 방안을 담은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수협은 내년 초 특화 대출상품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별도 규정이 신설되면 수협은 금융권 최초로 '바람연금' 특화 대출을 선보이게 될 전망이다.
수협 관계자는 "해상풍력 단지가 들어서면 어민 피해가 큰데 제대로 된 보상을 못 받는 측면이 있어 어업인 등에 특화된 보상 모델을 만들려는 것"이라며 "용역 최종보고서가 나오면 연말이나 내년 초쯤 시행령과 고시 제정 방향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중앙회도 유사한 내용의 용역을 발주했다.
본지가 입수한 '농촌 태양광 보급 확대를 위한 표준사업모델 개발' 과업지침서에 따르면 농협(농축협·농협경제지주)은 마을 단위로 진행되는 농촌 태양광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농협중앙회는 향후 건설될 태양광 발전소가 확보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등 무형 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 상품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태양광 사업에 대한 여신 지원이 제한적이었으나 이를 완화하는 방안까지 이번 과업에 포함됐다.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마을 단위 태양광'의 경우에는 발전소와 주거지 사이의 이격거리 규제를 완화하는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지역 주민이 주도하는 재생에너지 모델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태양광 확산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농협 측은 "햇빛 소득마을(햇빛연금 지급 마을)은 주로 협동조합이나 마을 공동체 단위로 추진되고 있다"며 "법 개정 등을 통해 저희가 직접 사업에 참여하거나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상호금융권이 에너지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나선 것은 기존 대출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최근 정부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에 더해 비과세 혜택 축소까지 겹치면서 상호금융권은 여신 동력이 떨어진 상태다.
게다가 재생에너지 산업은 이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거듭 강조해온 분야인 만큼 정부 지원이 집중될 전망이다. 관련 대출 상품도 수익성이 담보된 안정적인 투자처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탈탄소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식 출범함에 따라 향후 전국 단위 태양광·풍력 발전 단지 조성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기후에너지부 출범식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체계를 대전환하겠다"면서 "누적 34기가와트(GW) 수준의 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가능한 100기가와트 수준까지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늘어난 재생에너지는 햇빛연금, 바람연금, 마을연금 형식으로 국민들에게 소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