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AI 3대 도시로 만드는 게 목표⋯전력 다해야”

장문석 서울AI허브 산업AX혁신센터장은 최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AI허브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5일 문을 연 서울 산업AX혁신센터는 AI를 도입하려는 기업이 상시로 상담하고 기술을 검증할 수 있는 곳으로, 서울시가 추진 중인 ‘산업 전환’(AX, AI Transformation) 정책의 핵심 거점이다.
AX혁신센터에는 기술을 지원해줄 공급기업 총 400개가 있다. 서울AI허브 입주 기업 100개와 졸업한 멤버십 기업 300개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 중에서 기업 구조를 AI로 전환하고 싶은 수요기업과 이에 맞는 기술을 보유한 공급기업을 찾아 매칭한다. AX혁신센터는 각 기업을 매칭한 후 △산학 컨소시엄 구성 △PoC(기술검증) 설계 및 수행 △현장 실증 및 확산 등 AX 전환의 전 과정에서 인적·물적 지원을 통해 산업 전반의 AI 전환을 앞당기는 상시 실증 플랫폼 역할을 한다.
AX 혁신센터와 함께 서울 AI 혁신협의회도 같은 날 출범했다. 혁신협의회에는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울대, 성균관대(RISE AI 클러스터 사업단),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KAIST, 한양대 등 10개 AI·융합대학원이 참여했다. 결국 ‘AI허브 - 산업AX혁신센터 -AI대학원 협의체’로 이어지는 산업 전환 생태계를 구축하는 큰 그림이다.
장 센터장은 “AI 기술이 전 산업을 재편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강점인 제조업에 AI를 빠르게 적용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시기”라며 “숙련된 기술자의 고령화, 인구감소, 중국과의 경쟁 심화 등 어려운 상황에서 AI 기술을 산업에 적용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중소기업들은 AI 솔루션 개발 비용이 많이 들어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며 "게다가 AI 기술을 활용했다가 잘못되면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검증된 기술을 원해도 자본을 들여 시험적인 시도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AX혁신센터가 AI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과 현장에 기술 적용을 원하는 중소기업을 매칭해주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기술 개발을 위한 비용이 별도로 투입되지 않는다.

장 센터장은 “기존 국책 사업은 대부분 기술 개발에 한정돼 있고 개발된 기술을 실제로 어디에 쓸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기술 개발이 이뤄져도 실제 기업이 현장에서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이어 “반면 센터는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과 기술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이 처음부터 컨소시엄을 만들어 시작한다”며 “동시에 AI 전문성을 가진 대학 연구진이 함께 참여해 중간중간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완결형 체계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수요 기업이 먼저 필요한 기술을 요구하면 AX혁신센터가 기술을 공급할 기업을 매칭해주기 때문에 현장에서의 괴리가 없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지원 절차는 이렇다. 먼저 수요기업이 신청하면 센터가 공급기업을 찾아 매칭한다. 이 과정에서 약 한 달이 소요된다. 이후 두 기업이 구체적인 과제를 협의하고 구체화하는 데 또 한 달이 걸린다. 과제 신청부터 선정까지 총 2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셈이다.
AX혁신센터는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올해 첫 시범사업으로 20개 컨소시엄을 연결하고 이달 5일 성과 공유회를 열었다. 장 센터장은 공유회 당시 인상 깊었던 기업 몇 곳을 짚으며 설명해주기도 했다.
장 센터장은 “중재재해법 시행으로 최근 건설 현장에서 어려움을 느낀다”며 “특히 건설 현장에서 무슨 일이 왜, 어디서 발생하는 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문제점들을 실시간으로 포착할 수 있는 지능형 CCTV를 개발한 곳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비슷한 기술이 있었지만 오탐률이 50~70%에 달했다”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90%까지 탐지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라 공급기업인 건설사도 만족해했고 실제 현장이 투입한다고 들었다”고 부연했다.
장 센터장은 "성공한 과제들의 공통점은 공급 기업이 수요 기업과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것"이라며 "현장의 데이터에 접근해 잘 분석하고, 수요 기업의 ‘페인 포인트’(고충)를 정확히 이해해 해결해주는 기업들이 좋은 성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AX혁신센터는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의 매칭뿐만 아니라 경제적 지원도 함께 한다. 그는 현재 산업의 문제 중 하나로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가 초기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보전받지 못하는 점을 뽑았다.

장 센터장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어떤 기업에 들어가서 기술 개발을 할 때 그 대가를 제대로 못 받는 경우가 많아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며 “센터는 기술개발 과정에서 (공급기업에) 5000만 원을 지원해준다”고 말했다.
공급기업은 초기 개발 비용을 AX혁신센터로부터 지원받은 후 실제 기술이 완성될 경우 수요기업에 판매하고 매출 실적을 올릴 수 있다. PoC가 성공하면 수요기업이 솔루션을 구매해 공급기업의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다.
올해 추경 예산을 받아 사업을 진행했던 AX혁신센터는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예산(10억 원)을 배정받아 최소 20개의 과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장 센터장은 센터장으로서의 포부를 서울을 AI 글로벌 3대 도시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가 AI 3강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수도 서울도 전 세계 글로벌 3대 AI 도시는 돼야 하지 않겠느냐"며 "실리콘밸리, 중국 선전 같은 곳과 경쟁해 3위 안에 들어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당장의 현실은 녹록지 않기 때문에 장밋빛 미래만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고 서울을 AI 3대 도시로 가기는 갈 길이 멀다”며 “이제야 첫걸음을 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전력을 다해서 국가 총력전을 해야 3강 안에 들 수 있기 때문에 엄청난 노력과 절박한 마음으로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장 센터장은 AI전환을 원하는 중소기업들에게 구체적인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평소 루틴하게 해오던 일 중에 AI로 변환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페인 포인트를 잘 식별해서 AI 기업들과 컨택해 그 페인 포인트를 잘 설명해주면 뭔가 솔루션이 나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