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국회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정무위원회에 ‘기한 내 정부안을 제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금융위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안을 연내 제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기관 간 이견이 계속되면서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이날까지도 정부안 마련에 실패했다.
정부안이 지연되는 이유는 발행 자격을 둘러싼 금융위와 한은 간 이견이 끝내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금융안정과 통화정책 영향 가능성을 이유로 은행이 지분 51% 이상을 보유한 컨소시엄만 발행 자격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대한상의와 ‘인공지능(AI) 대전환과 한국경제의 성장 전략’을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열고 “스테이블코인은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한국은 해외 자산 감시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은행 중심으로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어서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은행 중심 컨소시엄’이라는 큰 틀에는 공감하면서도 ‘51%룰’을 명시하는 것에는 신중하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키운 주체가 핀테크였고, 국내에서도 비은행 진입을 과도하게 막으면 혁신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는 유럽연합(EU)의 미카(MiCA)법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 15곳 중 14곳은 전자화폐 기관이고 일본에서도 핀테크 회사가 첫 엔화 스테이블코인 허가를 받았다는 점을 최근 당정 협의에서 설명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인가 단계에서 만장일치 합의 기구가 필요한지를 두고도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이나 금융위가 준비 중인 법안에는 인가권을 금융위에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유관기관의 만장일치 합의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서는 한은에 자료 제출 요구 권한을 부여하는데 김은혜 의원 안에는 한은의 검사 요구권, 안도걸 의원 안에는 한은의 공동 검사 참여 요구권과 한은·기획재정부의 긴급조치 명령 요청권 등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관 간 조율이 연내 마무리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법안 지연이 장기화할 경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발행 자격 등이 확정돼야 컨소시엄 구성이나 기술 검증 같은 준비 작업이 가능하다”며 “정부안이 계속 미뤄지면 은행·핀테크 모두 사업 계획을 세우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