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은행업의 내년 신용 전망이 ‘안정적(Stable)’으로 제시된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유일하게 ‘부정적(Negative)’ 평가를 받았다. 특히 한국은 미국발 관세 전면화와 팬데믹 이후 누적된 민간 부채가 겹치며 은행 자산 건전성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됐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9일 ‘글로벌 은행업 2026년 전망’ 보고서를 내고 “아시아·태평양 은행 시스템의 영업환경은 완만한 성장, 글로벌 교역 둔화, 지정학적 긴장으로 약화될 것”이라며 유일하게 부정적 아웃룩을 부여했다. 올해 시작된 미국의 관세 인상 조치로 인해 내년부터 아시아 수출 의존국들의 성장률과 기업·소비 심리가 동시에 제약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관세 충격이 국가·업종별로 비대칭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디스는 “관세 인상은 인도의 섬유·보석·장신구, 대한민국의 철강 등 특정 산업에 부담을 줄 것”이라며 “영세·중소기업은 비용 전가 여력이 적어 타격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팬데믹 이후 나타난 ‘K자형 회복’ 양상도 리스크로 꼽혔다. 무디스는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소상공인과 저소득 가계가 경기 회복에서 소외되면서, 일부 은행의 소매·자영업자 대출 부실이 확대되고 있다”며 “한국과 태국의 경우 민간 부문 레버리지(부채 비율)가 높아 소상공인·개인신용 대출 성과 악화를 더욱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도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무디스는 “한국 일부 지역에서는 부동산·건설 부문이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홍콩 상가·오피스 시장 공실, 중국·한국의 일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잠재적인 자산건전성 리스크로 지목했다.
관세 충격과 구조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한국 은행의 대출 구조 변화 가능성도 언급됐다. 무디스는 “관세 영향을 받는 산업에 대한 신용 공급을 확대하면서 한국 은행들의 대출 성장이 빨라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일부 은행은 위험가중자산(RWA)이 더 빠르게 늘어나 자본적정성이 다소 희석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압박이 이어지지만, 내년에는 하락세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자산건전성 약화에 따라 신용비용이 오르더라도, 충분한 대손충당금과 담보부 대출 비중 덕분에 충당금 급증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디스는 “올해 통화 완화로 몇몇 은행 시스템에서 NIM이 축소됐지만, 예금 금리 조정은 언제나 정책금리보다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며 “내년부터는 예금 금리 재조정 효과로 마진이 안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조달·유동성 측면에서 아시아·태평양 은행은 여전히 비교우위를 유지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무디스는 “이 지역 은행들은 대부분 국내 예금에 기반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으며, 정책금리 인하에 따라 조달비용이 낮아질 것”이라며 “유동성 버퍼도 충분한 수준이어서 전반적인 유동성·조달 환경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