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다"[에그리씽]

입력 2025-12-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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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계 살처분·이동 제한에 ‘공급 쇼크’…가격은 심리 따라 요동
과학적 위험은 낮지만 시장 반응은 과민…“6개월 회복 공백이 핵심”

▲경기 고양시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달걀을 살펴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경기 고양시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달걀을 살펴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몇 해째 반복되는 현상이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소식이 나오면 달걀값이 먼저 뛴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이를 마치 당연한 흐름처럼 받아들이지만, 그 원인은 감염이 아니다. AI가 확산되면 산란계 살처분과 이동 제한, 방역 강화가 이어지면서 공급망이 좁아지고, 소비 심리가 이를 증폭시키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달걀은 안전하지만 시장은 예민하다. 한 소비자는 “어차피 매년 반복되니까 미리 두 판 챙겨둔다”고 말할 정도로 계절성 불안은 이미 하나의 ‘가격 루틴’이 됐다.

이때 따라붙는 질문이 생긴다. '달걀도 AI에 감염되나?' 결론은 명확하다. 달걀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다.

AI는 닭에게 감염되는 바이러스로, 이미 산란된 달걀 속까지 침투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 실제 검출 사례도 극히 드문 수준이며, 세척·살균·검란 과정을 거쳐 유통되는 만큼 식용란에서 바이러스가 잔존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방역 당국의 입장이다. 과학적으로는 ‘안전한 식품’으로 보는 것이 맞다. AI 발생으로 달걀을 폐기처분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AI 발생만으로 달걀값이 출렁이는 이유는 수급 구조의 급격한 흔들림 때문이다. AI가 발생하면 산란계(알 낳는 닭) 살처분 조치가 이어지고, 농장 간 이동 제한과 도계장·집하장 방역 강화로 물류가 동시에 위축된다.

유통업계에서는 이 시기를 '닭과 달걀의 이동선이 동시에 좁아지는 시간'이라고 표현한다. 결국 시장에 풀리는 물량이 줄면서 가격이 가장 먼저 반응한다.

▲10월 22일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광주 남구 한 기러기 농장 인근에서 방역 당국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날부터 'AI 긴급행동지침'에 따라 해당 농장에 초동 대응팀을 투입해 출입을 통제하고 살처분과 역학조사 등 방역 조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월 22일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광주 남구 한 기러기 농장 인근에서 방역 당국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날부터 'AI 긴급행동지침'에 따라 해당 농장에 초동 대응팀을 투입해 출입을 통제하고 살처분과 역학조사 등 방역 조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회복 속도다. 산란계는 병아리에서 생산 단계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이 필요하다. 한 양계 농가는 “닭이 사라진 공백은 돈으로 메꿔도 시간이 따라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 AI 확산기마다 달걀값은 정점을 찍은 뒤 다음 해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흐름이 반복됐다. AI 뉴스는 며칠 만에 사라지지만, 가격은 몇 달 동안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

유통망도 이 시기를 ‘예민한 시장 구간’으로 본다. AI 발생 직후 도매시장의 경매 물량은 불안정해지고, 대형마트는 소비자 반응을 고려해 발주량을 조정한다. 일부 점포는 매대가 비기 전부터 공급선 다변화에 들어가고, 소비자는 이를 ‘품귀’로 체감한다. 시장 참여자 모두가 흔들리며 만들어낸 결과다.

결국 AI와 달걀의 연결고리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경제적 연쇄반응이다. 방역 조치로 생산과 유통이 동시에 위축되고, 소비자 심리가 가격을 추가로 밀어 올리면서 시장은 빠르게 반응한다. 과학적으로는 안전하지만, 경제적으로는 가장 먼저 흔들리는 식품이라는 점에서 달걀은 독특한 위치에 놓여 있다.

이 모든 구조를 정리하면 남는 결론은 단 하나다. 달걀은 감염되지 않는다. 그러나 달걀값은 감염된 것처럼 움직인다.

AI 시즌마다 반복되는 이 진실을 알고 나면, 겨울마다 들리는 ‘달걀값 뉴스’가 단순한 공포 소식이 아니라 달걀 시장 전체가 겪는 구조적 반응이라는 사실이 조금 더 또렷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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