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메모리 반도체 주가 폭등...거품 논쟁 재점화

입력 2026-06-0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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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올 들어 81% 폭등
‘메모리 3총사’ 질주, 시총 ‘오일 빅3’ 웃돌아
지속 가능 ‘슈퍼 사이클’ vs 맹목 ‘과열’ 논쟁
국내증시, 반도체 투톱만 고공행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3대 업체 주가·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올해 주가 상승률. 단위 %. 
회색: SK하이닉스(지난달 29일 260. 43)/ 노란색: 마이크론(231.82)/ 검은색:삼성전자(164.53)/ 하늘색: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78.95) (출처 블룸버그)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3대 업체 주가·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올해 주가 상승률. 단위 %. 회색: SK하이닉스(지난달 29일 260. 43)/ 노란색: 마이크론(231.82)/ 검은색:삼성전자(164.53)/ 하늘색: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78.95) (출처 블룸버그)
글로벌 반도체주가 역사적 수준의 랠리를 펼치면서 인공지능(AI) 거품 논쟁이 재점화됐다. 강세론자들은 구조적 변화가 이끄는 반도체 장기 호황이라며 낙관했지만 시장 과열이 지나치다는 불안이 고조됐다.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에 상장된 주요 30개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4∼5월 2개월간 69% 뛰었으며 올 들어서는 81% 폭등했다.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인 29일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사상 최고치로 마감한 것도 반도체 기업의 강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올해 S&P500지수 상승분의 거의 80%가 단 10개 기업에서 나왔는데, 이 가운데 7개가 반도체주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유례없는 수요 폭증으로 주가 상승세가 가장 두드러진다. 올 들어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주가는 3배 이상 뛰었고 삼성전자도 160% 이상 폭등했다. 그 결과 이들 3개사 모두 시가총액 1조달러(약 1500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들 메모리 3총사의 시총이 글로벌 3대 오일 메이저(아람코·엑손모빌·셰브론)의 합산 시총보다 22% 많다고 분석했다.

이에 현재의 반도체 랠리가 구조적 변화에 따른 지속 가능한 성장인지, 아니면 과열된 거품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반도체 산업은 전통적으로 경기순환 산업으로 분류된다. 주문부터 납품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요가 강할 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경기침체가 오거나 공급 과잉으로 주문이 둔화하면 반도체 기업들은 재고 부담과 가격 약세 속에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

이 중에서도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제품이 범용재라는 점에서 이러한 특성이 더 두드러진다. 직전 메모리 반도체 호황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봉쇄 기간 소비자들이 전자기기 구매에 몰렸을 때였다. 마이크론은 2022년 연간 순이익 87억달러를 기록했지만 2023년에는 공급 과잉 여파로 58억달러 순손실을 냈다.

다만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 칩의 부상은 기존 공식을 어느 정도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HBM은 제조 난도가 높아 칩 공급 부족을 심화시켰다. 그만큼 지금의 호황이 오래갈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그 결과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집계에 따르면 S&P500 지수에 포함된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순이익은 올해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S&P500 전체 기업들의 예상 이익 증가율보다 네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폴라캐피털의 조리 노에데케어 글로벌 신흥시장·아시아 부문 책임자는 “우리는 ‘이번에는 완전히 다르다’는 진영은 아니지만, ‘더 높은 수준이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입장에는 확고하다”면서 “HBM 발전으로 공급 측면이 의미 있게 변화했고, 수요도 여전히 강해 장기 계약 가격 체계가 자리 잡으면서 경기순환성이 줄어들고, 공급 능력과 가격을 더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은 역사적으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대표적인 경기순환 업종인 만큼 현재의 폭발적 수요가 영구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아마존과 메타, 알파벳 등 주요 빅테크들이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를 위해 점점 더 많은 차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AI 인프라 투자 증가세가 둔화하거나 정체되면 현재의 실적 전망과 기업가치 평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스파크라인캐피털의 카이 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반도체 업종은 결국 실적이 정점이었는지는 사후적으로 알 수 있다”며 “결국 핵심은 AI 투자 확대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만약 지속된다면 반도체주도 계속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나치게 앞서가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AI가 반도체 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꿔놓았는지, 아니면 또 한 번의 초대형 경기순환 호황에 불과한지는 향후 수년간 AI 투자 지속 여부가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 상승을 주도하는 반면 중소형주와 성장주는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양상이다. 이 같은 쏠림 현상으로 인해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거나 AI 투자 열기가 식으면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8%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코스닥지수는 7% 넘게 하락했다. 1일도 코스닥지수는 2% 이상 떨어지면서 1000선을 위협받게 됐다. 코스피에서도 상승 종목은 179개에 그친 반면 하락 종목은 732개에 달했다. 대형주는 4.10% 올랐지만 중형주와 소형주는 각각 1.11%, 2.98% 하락해 지수 상승의 온기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했다.

이는 AI 투자 확대 기대감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메모리 반도체주에 자금이 집중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와 마이크론이 S&P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일부 반도체 대장주가 증시를 견인하는 ‘좁은 폭의 랠리(narrow rally)’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로 반도체 투톱 쏠림이 강화된 점도 코스닥 소외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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