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기대 약해지자 시장금리 급등
대출 관리에 연말 문턱 더 높아진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0%로 4회 연속 동결하면서 차주들의 대출금리 부담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는 데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은행권의 금리 인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초저금리 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차주들은 5년 주기 금리 재산정이 이뤄지는 시기인 만큼 부담이 눈덩이 처럼 커질 전망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는 이날 기준 연 3.77~6.07%를 기록했다. 지난달 2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3.39~5.69%)한 시점과 비교하면 불과 한 달 만에 상단이 연 6%대를 돌파한 것이다.
대출금리가 오른 배경에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면서 이를 선반영한 시장금리가 뛰었기 때문이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준거금리인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도 26일 기준 연 3.342%로 지난달 23일(2.983%)보다 0.359%포인트(p) 올랐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과 다른 한은의 통화정책에 일부 기인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연말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지는데도 한은의 동결 전망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달 12일 이창용 한은 총재가 외신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의 규모와 시기, 방향 전환 여부는 새로운 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언급한 뒤 국고채 금리가 전 구간에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고 은행채 금리에 즉시 반영됐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도 상승세다. 10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연 2.57%로 전월보다 0.05%p 올랐다. 지난 9월 1년 만에 반등한 코픽스는 두 달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대출금리 상승은 기존 차주의 월 상환액 부담을 키우고 있다. 예컨대 2020~2021년 5억 원의 주담대를 연 2.50%(30년 만기·원리금균등)로 받아 원리금이 월 197만 원을 내던 차주의 경우 최근 평균 대출금리 수준인 연 4.12%가 적용되면 매달 약 242만 원을 내야 한다. 40만 원 이상 증가하는 셈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정책도 은행들의 금리 인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금융당국은 내년에도 가계부채 증가세 억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일부 은행은 올해 목표치를 초과해 가계대출 신규 접수를 제한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오르는 데다 가계대출 총량 압박이 큰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면 수요가 다시 붙을 수밖에 없다”며 “연말과 내년 초에는 문턱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