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
도요타ㆍ혼다ㆍ닛산 구도 흔들려
인도 등 신흥시장 강세 스즈키, 2위로
“근본 개선 없이는 고착화 가능성”

일본 혼다의 글로벌 판매가 급감하면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도요타·닛산와 함께한 ‘일본차 빅 3 체제’가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차량용 반도체 생산기업 넥스페리아를 둘러싸고 중국과 네덜란드의 갈등이 이어지자 반도체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 타격이 됐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각사의 결산 자료를 바탕으로 혼다의 올해 하반기(2025년 10월~2026년 3월) 전체 판매량이 166만 대로 전년 동기에 비해 14%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리먼 쇼크 직후인 2008년도 하반기(162만 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 것이다.
같은 기간 도요타는 565만7000대(증감률 0.3%), 스즈키 180만1000대(8%), 닛산 177만 대(1%) 등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로써 혼다의 2025년 하반기 판매량 순위는 4위로 전년의 2위에서 2계단 하락했다. 대신 스즈키가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2위로 올라섰다.
일본 자동차 메이커의 글로벌 판매는 도요타, 혼다, 닛산의 대형 3강 구도로 정착돼 왔다. 닛산은 2017년부터 경영 부진에 빠져 최근에는 혼다가 2위를 유지해 왔다.
닛케이는 “공개 자료를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2005년도 이후 하반기 기준으로 혼다가 상위 3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혼다는 북미 판매가 매출 기여도가 높다. 혼다가 올해 상반기(4~9월) 북미 판매량은 85만6000대로 세계 판매량인 168만 대의 절반을 넘어선다.
혼다의 부진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중국 자본의 반도체 제조업체 넥스페리아의 출하 중단으로 인한 반도체 부족이 주된 요인이다.
혼다는 일부 부품의 반도체 조달을 넥스페리아 1개사에 의존해 왔다. 미국과 캐나다 공장은 10월 27일부터 생산 조정에 들어갔고, 멕시코 공장은 10월 28일부터 생산을 중단했다.
혼다는 최근 반도체 조달 불확실성이 걷힘에 따라 19일부터는 멕시코에서 생산을 재개했다. 24일부터는 캐나다와 미국에서도 생산을 점진적으로 정상화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네덜란드와 중국의 대립은 해소됐지만, 향후 반도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넥스페리아에 대한 의존을 낮추는 방향으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스즈키의 부상이 눈에 띈다. 일본차 가운데 판매량 2위에 처음으로 올랐다. 스즈키는 미국과 중국에서 철수하고 성장 시장인 인도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인도에서는 한국 및 현지 업체들의 공세를 받지만 여전히 40%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판매 대수를 늘리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닛케이는 “혼다는 반도체 부족이 없었더라도 스즈키 판매량에 근소하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혼다는 닛산과의 협업을 검토하고 있으며, 근본적인 판매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세력 구도의 변화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