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서울 중구에 있는 한 식당에서 열린 책 '김형석, 백 년의 유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이기주의자가 되지 말자"라고 다짐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1920년 평안북도 운산에서 태어난 김 교수는 올해로 106세다. 일본 조치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1947년 탈북 후 7년간 서울중앙고에서 교사로 일했다. 이후 연세대 철학과 교수 등을 역임하며 대한민국 1세대 철학자로서 후학 양성에 힘썼다.
김 교수는 지난해 9월 기네스에 '세계 최고령 작가'로 등재됐다. 이번 책은 그가 평생에 걸쳐 탐구해온 철학과 종교, 삶과 죽음, 사회와 공동체에 관한 믿음 등이 담겨 있다. 김 교수는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라며 "기네스에 올랐다는 건 별로 관심이 없다"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젊은 독자들에게 "30대 전후에 '내가 육십, 칠십이 되면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라는 자화상을 그려야 한다. 그런 생각이 없으면 자기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첫 번째는 훌륭한 제자들을 길러 그들과 함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것. 아는 만큼 일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학문에 정진하는 것. 인격만큼 존중받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 것.
김 교수는 "백 년을 살아보니 나라다운 나라는 권력이 아니라 법이 지배하는 나라"라며 "더 나아가 정신적 가치와 질서가 지배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윤리성이 있고 인간을 목표로 삼는 나라가 진정한 나라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그 근본에는 휴머니즘, 즉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이 있다"라고 전했다.

이날 김 교수는 인공지능(AI)에 관한 생각도 피력했다. 그는 "자연과학은 한 가지 물음에 한 가지 답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AI를 빌릴 수 있다. 사회과학은 여러 답 중 타당성을 따진다"라며 "그러나 인문학은 물음에 대한 확정된 답이 없고, 계속 물음으로 이어진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I를 이용할 수는 있지만 복종할 필요는 없다. AI 시대에 인간이 지켜야 할 것은 언제나 진실을 추구하고, 선과 악을 구분하고, 인간이 주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전했다.
건강 관리에 대해서는 "내 주변에 100세가 넘은 친구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남 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을 욕한다는 게 감정적 에너지를 쏟는 것인데 윗사람이 화를 내면 아랫사람이 일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또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 늙어서 일이 없으면 빨리 죽게 된다. 젊게 산다는 건 정신적으로 늙지 않는 것인데 독서가 도움된다"라고 조언했다.
간담회 끝에 그는 "사람은 나이가 들면 '무엇을 남기고 갈까?'를 생각하게 된다. 나는 대학교수로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나는 주어진 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선택한 일보다 맡겨진 일을 성실히 하는 게 내 원칙이었다"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