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아닌 필수…경주선언, 승리의 결실” [APEC 순간들]

“한미 대비 한중 정상회담 결과물 부족…관계 개선 숙제”

▲설주완 변호사

경주 APEC 정상회의가 막을 내린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다자외교 실험이 빛을 발했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트럼프 2기 출범으로 글로벌 무역 체제가 흔들리고 있는 만큼 한국의 지정학적 취약성을 고려하면 다자외교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평가다.

설주완 변호사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 정도 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주최한 다자회담을 논란 없이 치러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성공이라고 평가한다”면서 “특히 핵 추진 잠수함과 관련해 미국에게 원자력과 관련한 양해를 얻어냈다는 것이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 역시 “지정학적 차원에서 우리나라는 다자적인 측면을 생각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이번에 ‘APEC 정상 경주선언을 채택했다’는 것 자체가 다자외교 승리의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11년 만에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환대는 단순한 외교 의례가 아닌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해야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최요한 정치평론가

최 정치평론가는 “시 주석에게 미국과 똑같은 극진한 환대를 할 수밖에 없었던 건 우리나라가 다자외교를 통해서 생존을 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라면서 “이 대통령은 이 부분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했고, 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나라가 한 국가에게만 특히 미국에게만 편파적으로 했을 때 돌아오는 불이익은 감당할 수 없다”며 “결국 다자외교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고, 전세계의 선진국과 지금처럼 다자외교로 이해관계를 풀어나가다 보면 선진국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 대통령의 다자외교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중국과의 성과물이 뚜렷하게 나오지 않은 건 여전히 숙제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 전략도 희미해졌고, 중국을 통한 북한 관계 개선 결과물도 없었다는 지적이다.

설 변호사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과의 우려가 해소될 만큼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는 부분은 걱정”이라며 “중국과의 관계가 빨리 정상화되기에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우려했다.

이어 설 변호사는 “중국을 통해서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했지만 북한의 반응이라든지, 중국의 반응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