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포모’ 심리에 ‘머니 무브’ 심화…증시 빚투·투자 대기자금 ‘사상 최대’

입력 2025-11-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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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예탁금 85조원·신용거래융자 잔액 25조원 돌파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 8월 18일 이후 처음 하락 전환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와 국내외 증시 활황, ‘상승장을 놓칠 수 없다’는 개인투자자의 포모(FOMO·기회를 놓칠까 두려운 심리)가 맞물리면서 시중 유동성이 빠르게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둔화하고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도 9주 만에 꺾였다. 반면 증시 투자대기 자금과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1억 원 이상 투자하는 ‘큰손’ 개미의 참여와 코스피 회전율까지 높아지며 부동산에서 이탈한 자금이 증시로 흘러드는 현상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한 달 새 1조9000억 원 늘어난 25조2725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일종의 레버리지 거래다. 잔액이 늘수록 차입을 통한 공격적 매수세가 강해졌다는 의미다. 대통령선거 이후 레버리지 투자가 본격화됐고, 이재명 대통령이 ‘코스피 5000’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뒤 개인 매수세가 급격히 늘었다. 6월 취임 이후 ‘허니문 랠리’가 이어지며 신용잔액은 꾸준히 증가했다.

투자 대기자금도 빠르게 불어났다. 지난달 초 76조 원대였던 투자자 예탁금은 증시 랠리와 함께 85조7136억 원까지 확대됐다. 투자자 예탁금은 고객계좌 내 남아있는 현금성 자금으로 즉시 투자 가능한 ‘대기 매수세’를 보여주는 지표다. 증시 상승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개인들이 ‘이번 상승장을 놓칠 수 없다’는 심리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거액을 굴리는 큰 손들의 시장 참여도 급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의 1억 원 이상 대량 주문은 일평균 2만8729건으로 전달(1만8957건)보다 52% 늘었다. 2021년 8월(3만4543건) 이후 4년 2개월 만의 최대치다. 같은 기간 코스피의 일평균 시가총액 회전율도 0.57%로 6월(0.63%) 이후 4개월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거래 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매매가 활발하다는 의미다.

반면 매달 급증했던 가계대출은 강력한 부동산 대책으로 크게 위축됐다. 은행권 주담대는 쪼그라들고 신용대출만 늘었다. 지난달 말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04조8598억 원으로 한 달 새 1조519억 원 증가했다. 주담대가 막히자 마이너스통장을 포함한 신용대출을 활용해 자금을 마련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서기수 서경대 금융정보공학과 교수는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으면 금리가 연 5~6% 수준인데 최근 일부 종목의 수익률이 100%를 넘어서면서 신용대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흐름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신용 비중이 높아진 만큼 향후 변동성 확대 구간에서는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경민·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외교, 반도체·빅테크 실적, 연속 금리 인하와 양적긴축 종료(QT 중단) 등 글로벌 호재가 인공지능(AI) 모멘텀과 맞물리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데이터 공백=리스크 축소’로 인식됐지만 향후 경기 지표가 약화하면 경계심리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서울 전역 및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10·15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그간 상승세를 이어온 해당 지역 아파트 매수 심리는 두 달여 만에 꺾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3.2로, 8월 18일 이후 이후 처음으로 하락전환했다. 매매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다.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시장에서 집을 팔려는 공급이 우위, 200에 가까울수록 집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우위임을 뜻한다.

실제로 대부분 지역의 거래량도 급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규제 직후인 16~29일 2주간 서울 아파트 매매(계약일 기준)는 939건이었다. 대책 발표 직전 2주일간(2~15일) 4183건과 비교해 77.6% 줄었다. 10월 분양·입주권 거래량은 69건으로 9월 157건 대비 56% 감소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거래 규제로 부동산 매수가 어렵다 보니 일부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했을 것”이라며 “다만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부동산 수요가 여전히 높아, 주식 수익이 다시 부동산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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