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 정식 공판 예정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게 교단 현안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가운데 횡령 혐의를 먼저 심리하기로 하고, 첫 정식 공판을 12월 1일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27일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 총재와 그의 최측근인 비서실장 정모 씨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쟁점을 정리하고 입증 계획을 논의하는 절차로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지만, 한 총재와 정 씨는 직접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윤영호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과 전 재정국장 이모 씨는 출석하지 않았다.
한 총재는 베이지색 코트를 입은 채 휠체어에 탄 상태로 법정에 입장했다. 코트 왼쪽 가슴에는 수용번호 '369'가 부착돼 있었으며, 한 총재는 고개를 들고 방청석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뜨는 동작을 반복하며 재판 진행을 지켜봤다.
재판부는 "(관련) 다른 사건 심리가 진행 중인 만큼, 공소사실 가운데 이 사건에만 있는 횡령 혐의부터 먼저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검찰도 이에 동의하며 "윤 전 본부장이 구속된 상태인 만큼 진술 신빙성을 먼저 다투는 것이 중요하다"며 "윤 전 본부장을 먼저 증인으로 신문하길 원한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관행상 피고인에 대한 증인신문은 막바지에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다시 논의하겠다며 절차 조율을 이어가기로 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11월 18일에 열린다. 재판부는 12월 1일부터 정식 공판에 돌입, 주 1~2회 속도로 공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재는 윤 전 본부장과 공모해 2022년 1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자금 1억 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해 4∼7월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 가방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데 관여한 혐의도 있다.
김 여사에게 건넬 목걸이와 가방 등을 교단 자금으로 구매한 혐의, 2022년 10월 자신의 원정 도박 의혹에 관한 경찰 수사에 대비해 윤 전 본부장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통일교 측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한 총재는 재판준비기일에 출석할 법적 의무가 없음에도 재판 절차를 존중하고 진실을 소명하기 위해 출석했다"며 "정치와 무관하며 어떤 불법 행위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은 일관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수사·재판 과정에서 교단 전체에 대한 섣부른 일반화나 오해로 이어지는 일이 없기를 간곡히 바란다"며 "일부 전직 지도자의 일탈이 평화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수많은 시민, 종교인, 지도자, 순수한 신도들에게 부당한 낙인이 되지 않기를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