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들이 교원 정치기본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교원단체 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정치기본권 확대에 환영의 뜻을 보이지만 표현 범위, 정당 가입 허용 여부 등 일부 쟁점을 두고는 온도차를 보였다. 나아가 보수 진영은 ‘교육의 정치화’를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입법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현행 교육공무원법은 초·중·고 교사를 ‘공무원’ 신분으로 규정해 정치적 중립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사는 정당 가입은 물론, 정치 자금 기부와 선거운동 등도 일체 금지된다. 선거 출마 시에는 선거일 90일 전까지 사직해야 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통과를 공언한 법안은 이러한 제약을 대폭 완화한다. 정 대표는 지난달 29일 한국노총과의 정책협의회에서 “교사들이 페이스북에 ‘좋아요’도 못 누르는 현실, 정치후원금을 내면 범법자가 되는 현실은 너무 낙후되고 후진적”이라며 교사 출신 백승아 의원이 발의한 7가지 관련 법안을 이른 시일 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교사에게 정당의 당원이나 발기인이 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선거 출마 시에도 사직 대신 휴직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한 근무시간 외 선거운동을 포함한 정치활동을 허용하고 정치자금 후원도 가능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백승아 의원은 “38개 OECD 회원국 중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시민권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근무시간 외에는 정치 활동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공약했고 이는 현재 국정과제로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교육의 정치화’를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교사들이 중립성을 잃는 순간 대한민국 교육은 망한다”고 주장했고, 장동혁 최고위원도 “학생들에게 정치적 편향성이 심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정책 검토에 나섰던 교육부와 일부 시·도교육청도 유보적 입장이다. 백 의원 개정안에 대한 국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교육부는 “국가공무원법에 대한 본질적인 검토나 개정 없이 교육공무언법만 특정조항을 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부산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 등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 필요하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2020년 교원의 정당 가입 금지를 합헌으로 판단한 바 있다. 당시 헌재는 ‘교원이 당파적 이해관계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교원단체들은 정치기본권 보장이 ‘헌법적 권리의 회복’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허용 범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사적 영역의 정치활동은 전면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근무시간 외 정치표현, 정당 가입, 정치자금 후원까지 모두 가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교조는 “정치 표현 자유 없이 정치기본권 보장은 공허하다”며 “정당 가입과 선거인단 참여만 해도 큰 진전이지만 이번이 절호의 기회인 만큼 근무시간 외 정치 표현까지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사노조도 “교사도 시민으로서 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직무 관련성과 비례성 원칙에 따라 최소한의 제한만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사노조가 진행한 학부모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5%가 교사의 정치활동 자유 보장에 찬성했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교총은 정치적 표현과 정치자금 후원, 선거 출마 시 휴직 보장 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당 가입이나 선거운동 허용은 “단계적으로 사회적 여론을 보면서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국회 교육위원회는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담은 법률 개정안을 논의 중에 있으며 국정감사 이후 관련법을 재심사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