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이후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 강화와 생산적 금융 전환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개편 논란에서 벗어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현 체제에서 성과를 입증하기 위해 정부 정책 기조에 발맞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7일 금융위에 따르면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감원장은 최근 긴급 회동을 열고 금융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조직·기능·인력 개편 의지를 밝혔다. 두 기관장은 “금융당국이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당·정·대의 취지에 따라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공동 발표했다. 지난 26일 국회를 통과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금융 행정·감독체계 개편이 제외되자 이를 계기로 금융 행정 전반의 쇄신을 다짐한 것이다.
이 행사 직후 이 위원장은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과 포용적 금융 등의 구체적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조직과 일하는 방식 전반을 과감히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위 개편이 제외된 정부조직법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국민과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엄중하다”며 “이번이 국민 신뢰를 얻을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금융 소비자 보호와 공공성·투명성을 위한 쇄신에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사고와 금융 범죄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반복되는 문제, 금융 행정의 공공성과 현장 소통 부족 문제도 반드시 해소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이 위원장은 “익숙한 시각에서 벗어나 소비자와 수요자, 금융 약자의 목소리를 듣고 소비자 중심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위해 먼저 사고의 틀을 바꿔야 한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한 철저한 위기 대응, 생산적 금융 전환과 자본시장 활성화, 포용적 금융의 구체적 성과 창출 등 주어진 과제를 공직자의 소명의식으로 추진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시장에서 바라보는 금융위의 벽은 높다”며 “정부 당국의 권위는 권한이 아니라 실력에서 나온다는 점을 명심하고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위원장은 은행장 간담회에서도 “금융이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부문에 쏠리지 않도록 생산적 금융으로 자금 흐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도 최근 전 임직원 결의대회를 열고 소비자 보호 중심 조직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총괄본부로 격상하고 민원·분쟁 처리부터 상품심사·검사까지 한 축에서 처리하는 ‘원스톱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원장 직속 소비자보호위원회를 신설하고, 금융소비자보호기획단 운영, 경영진 민원상담제, 대토론회 개최 등도 병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정책 드라이브가 조직개편 무산 이후 금융당국이 정책 수행자로서의 존재감을 입증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개편 논란에서 벗어난 금융당국이 현 체제 속에서 정책 성과를 보여줌으로써 결과적으로 ‘조직개편이 불필요하다’는 점을 증명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조직개편은 피했지만,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논의가 다시 불붙을 수 있다”며 “생산적 금융 확대와 리스크 관리라는 두 축의 균형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