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세점 제주에 '무신사DF' 입점 등
다양한 브랜드·유커 무비자 수요 적극 유치
점포 축소·희망퇴직 등 긴축 경영도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의 머릿속은 위기의 면세점 시장을 타개할 '경영 복안'으로 가득 차 있다. 최근 인천공항 면세점 철수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시내 점포 중심의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위한 전략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올해 초 서울 중구 삼성전자 장충사옥에서 열린 호텔신라 주주총회에서 “여행객의 변화하는 수요에 부합하는 다양한 브랜드와 상품의 선제적 유치를 통해 차별화를 도모하겠다”며 경영전략 비전을 밝혔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인 이 대표는 2010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신라호텔과 신라면세점 사업 등을 총괄하고 있다.
특히 이 대표는 신라면세점을 국내외 면세점의 중심 축으로 성장시킨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3대 명품 브랜드인 루비이통을 인천공항점에 유치했으며 루이비통 외에도 다수의 명품 브랜드를 잇달아 속속 입점시키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가 상당하다.
이 사장의 승부사적 기질을 볼 수 있는 사례는 서울 용산역에 있는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이다. 호텔신라와 HDC현대산업개발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국내 면세업계 최초의 대기업 합작투자 회사다. 2015년 7월 당시 '황금거위 사업'으로 불리던 시내면세점 입찰 전쟁에서 당당히 용산 노른자 입지를 차지하게 됐다.
호텔신라는 HDC와 손을 잡는 전략으로 면세점 파이를 키울 수 있었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대형 유통기업의 총공세 속에서 합작회사라는 배수진을 쳐,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이 대표의 경영 키워드는 '현장'과 '디테일'로 요약된다. 본인이 직접 임직원 교육과 고객 경험 개선에 나서는 한편 명품 브랜드 유치를 통한 고급화 전략에도 힘을 싣고 있다. 대내외적 위기 상황에서 승부사 근성과 빠른 의사 결정,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해법을 제시하는 역량도 있다.
이 대표의 역량과 별개로 코로나19 팬데믹은 호텔신라에 큰 변곡점이 됐다. 중국 단체관광객(유커) 부재와 글로벌 경기 둔화, 관광 트렌드 변화 등으로 인해 호텔신라에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신사업 포트폴리오'다. 앞서 이 대표는 코로나19 이전엔 '면세점 올인' 전략으로 합작회사 설립과 명품 유치 등을 주도했지만, 2020년대 들어 새로운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는 변화를 위한 용단의 기로에 섰고, 인천공항 면세점 수수료 이슈와 관련해 최근 '면세점 철수'를 전격 선언했다. 과도한 임대료를 부담하면서까지 업장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한 신라면세점은 시내점포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편에 힘을 싣고 있다. 이 대표가 주도하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3분기 신라면세점 제주점에 입점을 앞둔 '무신사DF'에서 확인된다.
최근 중국인들의 명품 소비가 줄고 차별화한 한국 패션 브랜드 인기가 확대되자, 일명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빼고 신흥 K패션 플랫폼사를 과감히 유치한 것이다. 앞서 신라아이파크면세점도 2023년 7월 K패션 브랜드존을 열고 차별화를 꾀했다.
이 대표는 살을 깎는 긴축 경영에도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 점포 축소와 희망퇴직 등을 통해 고정비 부담을 줄이기 시작했다. 또한 개별 관광객과 외국인 관광객 등 다변화한 고객에 맞춰 차별화한 상품 개발, MD 구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아울러 9월 29일부터 시작된 유커 한시 무비자 조치에 따른 대규모 중국인 고객 유치를 위해 크루즈 연계 상품 개발 등 과감한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이 대표는 “MD와 마케팅, 영업 등 전 프로세스를 개선해 채널별 타깃 고객에게 자원을 집중하려 한다"면서 "내실 경영을 중심으로 손익구조 혁신을 통해 수익력을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