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공장 없으면 100% 관세” 트럼프 선언에 국내 제약·바이오 촉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 제약 제조 공장을 건설하지 않는 기업의 의약품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구체적인 세부 기준이 공개되지 않은만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10월 1일부터 미국 내 제약 생산시설을 건설 중인 기업을 제외하고 모든 브랜드 의약품이나 특허 의약품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건설 중’이란 것은 ‘착공 중’ 또는 ‘공사 중’으로 정의된다”라며 “건설이 시작된 경우 해당 의약품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지난해 약 14억9000만 달러(약 2조 원) 규모의 의약품을 미국에 수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지속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이미 대비책을 마련했거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그중 셀트리온은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이달 23일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 생산공장을 약 4600억 원에 인수했다. 연말까지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고 연수 대금과 운영비에 7000억 원, 공장 증설에 7000억 원을 추가 투입해 총 1조4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이번 인수로 관세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며 “불확실성 해소와 미래를 위한 선제 투자”라고 강조했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성분명 엑스코프리)를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서 생산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푸에르토리코는 미국 영토이면서도 인건비 등 비용 경쟁력이 강점이다. SK바이오팜은 이미 올해 미국 판매분 물량을 선적 완료하며 대비를 마쳤다.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아직 세부적인 실행 계획이 나오지 않은 만큼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약을 보유한 국내 제약사의 경우 유한양행의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는 미국에서 직접 생산·판매하기 때문에 관세 영향을 받지 않는다. 현재 미국 물량은 렉라자를 도입한 얀센이 생산하고 있다.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베돈’으로 미국에 진출한 한미약품 역시 영향이 제한적이다. 원액을 미국에 수출하고, 현지에서 프리필드시린지에 충전 및 포장하기 때문이다.

GC녹십자의 혈액제제 ‘알리글로’는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된다. 다만 제품이 필수의약품이고 완제품 구성물 중 미국산 혈장 비중이 100%에 달해 실제 관세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발표한 수입의 상호관세 규제 행정명령에 따르면 완제품 원료의 20% 이상이 미국산일 경우 나머지 외국산 원료에 대해서만 관세가 부과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