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에 대한 관세를 최대 250%까지 물리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관세율 중 최고 수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해당 발언의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평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의약품에 대해 처음에는 작은 관세를 부과하겠지만, 앞으로 1년에서 1년 반 내에 그 비율을 150%, 250%로 단계적으로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세율이 적용될 구체적인 시점으로 ‘다음 주 정도’를 언급했다. 올해 2월 의약품에 25% 이상 관세를 암시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의약품에 200%까지 관세율을 올리겠다고 거론하더니 이번에는 수치를 한층 끌어올렸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6일 이슈 브리핑을 통해 “앞서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산 의약품에 대해 최대 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하며 의약품 제조사들에게 미국으로 생산을 이전하는 데 1년에서 1년 반의 기간을 주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의약품에 대해 200~250%까지 관세율이 부과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자국 내 제조시설 유치를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반도체·자동차 부문에서는 고율 관세와 생산기지 회귀(리쇼어링)를 연계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번 의약품 관세 발언 역시 같은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높은 관세를 책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최근 글로벌 빅파마들이 미국 내 생산 자립화를 위해 생산능력(Capa) 투자 및 기술이전을 지속해서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250% 의약품 관세 부과’는 의미가 미미하며 이미 대규모 미국 내 생산 투자를 진행한 입장에서는 사실상 받아들이기 힘든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인 항생제나 혈압약, 당뇨약 등 대다수의 저가 제네릭은 미국 내에서 제조단가를 맞추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해당 관세 부과는 제네릭의약품 가격 상승을 불러올 것이고, 미국 의료비 상승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실현 가능성보다는 정치적 협상 레버리지 성격이 짙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미국제약협회(PhRMA)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입장을 내고 있다. PhRMA는 “의약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최근 수천억 달러 규모의 미국 내 제조 투자를 발표한 업계의 노력에 역행하는 조치다. 이는 공급망 불안을 초래하고, 약값과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PhRMA의 분석에 따르면 의약품에 25% 관세 부과 시 연간 508억 달러(70조5000억 원)의 비용이 증가하고, EU가 15% 관세를 적용할 때에도 130억~190억 달러(18조~26조3000억 원)의 부담 증가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비용은 최종 소비자인 미국 국민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의약품은 전통적으로 관세 면제 품목이다. 약물이 국민건강 보건과 직결된 필수재로 분류되기 때문”이라며 “미국 내 생산 인프라도 즉각 대체될 수 없는 만큼 미국 내 생산시설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세를 부과하면 공급망 붕괴, 약물 부족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의약품에 부과될 최종 관세율과 품목별 분류 결과를 주시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 미국 내 재고 충분히 확보,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 검토하고 있다. 셀트리온도 최근 미국 내 대형 원료의약품(DS) 생산시설 인수를 추진 중이며 단기적으로 2년 치 재고를 확보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의약품 관세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