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융·부동산 감독체계 손질…"겹치기 규제 우려 커진다"[‘옥상옥’ 규제 논란]

입력 2025-09-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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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상거래·금융감독 전담조직 신설 추진
부정행위 차단 실효성·소비자 보호 강화 취지
전문가 "필요성 의문…부작용 발생 가능성도"

정부가 금융과 부동산 분야에 새로운 감독기구 신설을 추진하면서 '옥상옥(屋上屋)'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 질서 확립과 소비자 보호 강화가 명분이지만 이미 다층적 규제 체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권한 중첩과 행정 혼선, 정책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건설·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달 '9·7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부동산시장관리원(가칭)' 설립 계획을 공식화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불법·이상 거래, 편법 자금 조달, 탈세 등을 상시 감시하는 전담 조직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지자체, 국세청, 경찰·검찰, 금융당국 등이 각각 역할을 맡아왔지만 기능이 분산돼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판단에서다. 신설 조직에는 국토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국세청·경찰청 등 관계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게 유력하다.

금융 분야에서도 유사한 개편안이 추진 중이다. 기획재정부와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금융감독체계 재편 작업이 본격화했다. 핵심은 금융위원회를 해체하고 감독 권한을 전담하는 '금융감독위원회(가칭)'를 신설하는 것이다. 정책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이관되며, 금융감독원 내 소비자 보호처는 분리돼 금융소비자보호원이 독립 기관으로 출범한다. 증권선물위원회는 금융감독위원회 산하로 편제된다. 정책·감독·소비자보호 기능을 전문화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려는 것이다.

부동산 부문은 주택공급 확대와 함께 시장 교란 행위를 차단하고 금융 부문은 금융사고와 불완전판매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부동산과 금융 모두 기존에 여러 기관이 감독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 새로운 기관이 만들어지면 권한 중첩과 행정 비효율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조사·제재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으나 시장 개선에 큰 효과가 없을 것이란 점에서 굳이 필요한지는 의문"이라며 "정부 조직의 비대화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조직이 생기면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한 조사가 이뤄지거나 시장 거래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부동산 시장의 단기 수요 억제와 투기 방지 효과를 낼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압박이 덜한 곳으로 수요가 이동해 예상치 못한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묶자 '마용성'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는 금감원 직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금소원 분리 반대를 외치며 건전성 감독, 영업행위 감독, 금융소비자 보호를 인위적으로 나누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한다.

정부의 이번 개편 방향과 비슷한 사례로 영국은 1997년 금융감독청(FSA)에 감독 기능을 통합했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를 해체하고 영국 중앙은행 산하에 건전성감독청(PRA)과 금융행위감독청(FCA)으로 기능을 나눴다. 쌍봉형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작년 말에 나온 영국 의회 보고서는 FCA의 무능·부정직·불투명·느린 대응을 문제 삼으며 효과가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호주에선 호주증권투자위원회(ASIC)와 호주건전성감독청(APRA)이 영국과 같은 모델이다. 호주 상원 또한 올해 초 쌍봉형 모델에 구조적인 결함이 있으므로 철저하게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영국과 호주 사례를 볼 때 금융 감독 기능은 형식적 분리보다 위기 대응 시 협력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구민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달 국민의힘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기재부·금융위 조직 개편안 토론회'에서 "이번 조직개편이 정책 일관성이나 재정 건전성 확보보다 관료 조직 간 권한 재배분과 정치적 고려가 크게 작용한 결과"라며 "긍정적인 결과보다는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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