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자고 있어요’ 스타벅스 호출벨?…모두가 예민한 이유 [해시태그]

입력 2025-09-2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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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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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자고 있어요.

아기를 키우는 집 초인종 근처에 붙어있던 쪽지 문구가 ‘고객 제안’으로 등장했습니다.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에 이런 호출벨을 만들어 달라는 제안이 나온 건데요. 아이가 잠든 상태에서 벨 소리에 깨지 않도록 배려해 달라는 취지였지만 온라인 공간은 즉시 시끄러워졌죠. 아이를 키워본 부모들은 “낮잠 깨면 하루가 망가진다”며 공감했지만 다른 이들은 “아이 특권을 또 요구하느냐”며 불편함을 드러냈습니다. 어찌 보면 작은 기능 제안이 왜 이렇게 큰 논란으로 번진 걸까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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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10시간 동안 아기 둘이 번갈아 울었다. 미치는 줄 알았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장문의 글은 순식간에 화제가 됐습니다. 작성자는 장거리 비행에서 겪은 경험을 털어놓으며 “훈육도 안 되는 갓난아기를 왜 해외여행에 데려오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는데요. 그는 귀마개까지 꼈지만 소음은 막을 수 없었다며 “부모 욕심으로 남들 비행을 망친다”고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반대로 부모 입장에서는 억울함이 가득한데요. 울음은 아이가 가진 본능적 의사 표현이고 달래도 완벽하게 막을 수 없다는 거죠. 친척을 만나거나 부모가 휴식이 필요할 때, 해외여행은 단순한 사치로만 치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죠.

이런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과거 일본행 비행기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당시엔 아이가 조용히 있었음에도 주변 승객이 한숨을 쉬며 눈치를 줬다는 사연이었죠. 아이가 울든 울지 않든, 존재 자체가 불편의 대상이 되는 현실에 서운함을 표했습니다.

논란이 반복되자 항공사들은 ‘분리’를 택했는데요. 일부 해외 항공사는 가족 전용석을 도입해 아이와 함께한 승객끼리 모이도록 했습니다. 또 다른 항공사들은 ‘아이 없는 구역’을 원하는 승객에게 추가 요금을 받고 좌석을 배정했죠.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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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항공사 중 하나인 에미레이트항공은 지난해 규정을 바꿨는데요. 만 8세 이하 아동은 마일리지로 1등석을 예약할 수 없도록 했죠. 전액 마일리지 항공권은 물론 기존 좌석에서의 업그레이드도 불가합니다. 현금이나 카드 결제는 가능하지만, 고가 좌석에서 아이들을 사실상 걸러내는 효과가 생겼는데요.

찬성 측은 “조용한 공간을 위해 비싼 요금을 내는데 아이 울음 때문에 망쳤던 경험이 많다”며 환영했지만 반대 측은 “나이만으로 배제하는 건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죠. 조용히 있는 아이들도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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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논란은 일상으로 이어지는데요. 바로 ‘노키즈존’입니다. 노키즈존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계기는 2011년과 2012년에 발생한 아동 화상 사고였는데요. 뜨거운 국물을 옮기던 직원과 부딪혀 아이가 다친 사건에서 법원은 업주의 책임을 70%로 판결했고 업주들은 충격을 받았죠. 아이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본인이 과도한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예 아이 출입을 막자”는 분위기가 퍼진 겁니다.

이에 노키즈존 매장은 2022년 500곳 이상으로 늘었는데요. 전체 음식점·카페가 72만여 곳인 점을 감안하면 0.07%에 불과하지만, 사회적 파장은 컸습니다. 아이와 함께 온 부모는 차별이라며 반발했고 자영업자들은 매출을 포기하면서까지 안전을 지키려는 선택이라고 항변했죠.

임현주 MBC 아나운서는 올해 5월 두 아이 엄마로서 자신의 경험을 공개했습니다.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아이를 민폐로 규정하는 건 문제”라며 노키즈존에 의문을 던진 건데요. 아이가 배제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한 문제 제기였죠. 그러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대중은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무책임한 부모”라며 비판했는데요. 의도와 다르게 ‘부모 책임론’을 환기한 일이 됐습니다.

부모들이 가장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부분은 바로 낙인인데요. ‘맘충’이라는 혐오 표현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부모는 작은 실수나 불편도 과장된 비난을 감내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카페에 갔다가 카공족들의 눈총에 쫓겨나왔다던가 엘리베이터 유모차 논란 등을 언급하며 아이와 함께 있다는 이유로 부모가 겪는 억울함을 호소했죠.

이런 한국의 특수성을 외신도 짚었는데요.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는 2023년 나란히 한국의 노키즈존을 분석한바 있죠. WP는 “아이를 식당에 데리고 갈 수 없다면 그것은 차별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제주도에만 500여 개의 노키즈존이 있다고 소개했고요. NYT는 서울 국립중앙도서관의 만 16세 이하 출입 제한을 지적하며 “아이를 원하지만 아이는 환영하지 않는 나라”라고 꼬집었죠.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2024년 기준 0.7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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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아이 문제에 예민해진 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는데요. 우선 좁은 생활 공간 때문입니다. 밀폐된 카페·지하철·비행기 등에서 아이의 울음이나 행동은 즉각적인 불편으로 체감되죠. 작은 소음도 크게 느껴지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는 건데요.

여기에 부모와 비양육자 사이의 피로감이 쌓였습니다. 부모는 “최선을 다해도 눈치를 본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비양육자는 “부모 욕심으로 아이를 방치한다”고 반발하죠. 사고 발생 시 업주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는 법적 구조도 갈등을 키웠고요. 저출산 사회의 모순도 있죠. 국가는 “아이를 낳으라”고 권하지만, 사회는 “아이를 데리고 오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기가 자고 있어요’ 버튼은 다르게 생각하면 아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는데요. 누구든 조용히 받고 싶은 순간이 있을 수 있고 이는 모두의 편의 기능이 될 수 있었죠. 다만 ‘아이’라는 단어로 요청하는 건 그들만의 특권이었고 원하는 배려는 강요였습니다. 즉, ‘아기’라는 특정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논란이 커진 거죠.

아이와 부모, 그리고 아이를 마주하는 모두가 예민해진 이유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좁은 공간, 법적 구조, 사회적 피로감, 저출산의 모순까지 겹쳐 있죠.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한데요. 부모가 책임을 다하고 사회가 관용을 발휘하는 균형이 없다면 아이를 환영하지 않는 사회에서 출산율 회복도, 공동체의 지속도 요원하다는 사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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