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대학병원의 신경외과 의사가 해외 학회에 참석 중이다. 환자는 국내 병원 수술실에 누워 있지만 그는 호텔 회의실에서 헤드셋과 촉각 장갑을 착용한 채 메타버스 기반 가상수술실에 접속한다. 실제와 똑같이 구현된 3D 해부 구조와 실시간 환자 생체신호를 보며 병원에 있는 로봇이 수술을 진행된다. 먼 거리에서도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정교하고 안전하게 수술을 수행할 수 있다.
미래 의료현장에 메타버스가 적용된 하나의 예다. 최수미 세종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19일 서울대병원 의학도서관에서 열린 ‘의료메타버스 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의료 관련 가상현실(VR_ 기술 최신 동향 및 클라우드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며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세계가 융합된 디지털 공간으로 의료 분야에서도 진단·치료·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일 잠재력이 크다”고 강조했다.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세계가 융합된 디지털 공간이다. 최근 의료 분야에도 속속 적용되며 진단·치료·교육 등 다양한 의료 서비스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 교수는 “의료 메타버스는 현실과 디지털 세계를 융합한 지속적·연결형 가상 의료 환경이다. 의료 데이터·기록·인공지능(AI) 진단 등이 통합된 3차원 협업 플랫폼으로 의료진·환자·연구자가 동시에 참여할 수 있는 공유 가상 인프라”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원격진료, 임상지원, 맞춤치료, 제약 서비스 등 다양한 의료 환경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핵심 기술로는 현실의 정보를 수집하는 센서와 사물인터넷(IoT), 데이터 위·변조를 방지하는 블록체인, 현실을 가상에 구현하는 디지털트윈, 그리고 확장현실(가상(VR)‧증강(AR)‧혼합(MR)) 기술이 꼽힌다. 이러한 기술을 결합하면 수술 시뮬레이션, 원격수술, 정신건강 관리, 재활치료, 의학교육, 원격교육, 운동·체력 단련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수술 시뮬레이션은 대표적 활용 사례로 VR 기반 원격수술 환경에서 지리적으로 떨어진 외과의가 실시간 공동 참여할 수 있다. 고해상도 3D 해부학 모델을 통해서는 장기·혈관·뼈 구조를 정밀하게 시각화해 수술 계획을 더욱 정교하게 세울 수 있다.
최 교수는 “의료메타버스는 완전 몰입형 환경을 제공해 다중 감각을 실시간 자극하고 환자와 의료진이 같은 공간에 있는 듯한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한다”며 “이를 통해 정서적 유대감과 의사소통 명확성, 공간 인식 능력이 향상된다”고 말했다.
웨어러블 기기와 센서로 수집한 생체신호를 가상세계로 전송해 진단·모니터링에 활용하거나 가상 치료 및 시뮬레이션 결과를 실제 환자 치료 및 의료기록에 반영할 수도 있다.
시장 전망도 밝다. 의료메타버스학회에 따르면 글로벌 헬스케어 VR 시장은 2024년 34억 달러(약 4조7000억 원)에서 2034년 183억8000만 달러(약 25조6000억 원)로, 국내 VR·AR 의료 시장은 2026년 11억 달러(약 1조500억 원)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최 교수는 “환자 입장에서는 맞춤형·공감형 치료가 가능해지고 재활치료는 실시간 동작·피로 분석을 통해 개인별 난이도 조정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의료진은 3D 디지털 환경에서 대화·행동으로 상호작용하며 상황 기반 시뮬레이션 훈련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 기술 활용을 넘어 환자 중심의 지능적 공감형 의료 패러다임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