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바다에 띄우기도 전에 표류하는 KDDX

입력 2025-09-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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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적으로 정부 규제 산업에서 문제가 생기면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정부의 실패라고 한다. 지금, 이 순간 정부의 실패가 버젓이 벌어졌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취재 중이던 내게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가 한 말이다. 한국 해군의 미래 전력인 KDDX 사업은 무기한 지연되고 있지만 주무 부처인 방위사업청을 비롯한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을 날카롭게 짚은 말이다.

떠올라야 할 건 배인데 정작 둥둥 떠 있는 건 사업뿐이다. KDDX 사업은 7조8000억 원을 들여 2030년까지 6000t(톤)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실전 배치하는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2023년 말부터 계획대로 착수해야 했지만 사업자 선정이 계속 늦어지면서 올해도 뚜렷한 진척이 없다.

사업 지연의 표면적 원인은 개념설계를 맡았던 한화오션과 기본설계를 맡았던 HD현대중공업이 주장하는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 방식의 차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부의 더딘 의사결정 탓이 크다. 방위사업청은 올해도 지속·반복적으로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에 KDDX 안건 상정을 보류했다. 이달은 안건 상정이 유력하다는 소문까지 돌았지만 분과위를 이틀 남기고 또다시 미뤄졌다. 이대로라면 올해 사업 착수는 물 건너갔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책임은 기업이 아니라 정부에 있다. 독과점 구조에서 기업 간 경쟁이나 충돌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방산업 특성상 이를 조율하고 최종 결정을 내릴 책임은 정부에 있다. 그럼에도 방사청은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그 사이 2030년대 초 전력화 계획은 물 건너가고 있고 해군 전력 공백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방사청장 교체 시점을 의식하느라 사업자 결정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그러나 방위력 증강 사업은 정치·산업 논리가 아니라 안보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발주 시점을 놓치면 방산·안보 생태계 전체가 흔들리고 그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온다.

국방은 타이밍 싸움이다. KDDX 사업자 선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정부는 이제라도 조속히 사업을 재개해 미래 전력 공백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신중한 검토’라는 이름으로 지연을 합리화하기엔 너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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