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 이자 부담 완화에도 소비·투자 둔화
물가상승률 0.1%p 높였지만 성장 효과 지연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이후 기준금리를 1%포인트(p) 인하했지만, 소비·투자 확대 효과는 아직 미미하고 오히려 서울 집값 상승을 자극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11일 한은이 공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기준금리를 3.5%에서 2.5%로 내린 조치의 성장률 제고 효과는 과거 평균에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경제 주체들이 소비와 투자를 미루면서 금리 민감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6월 이후 대내외 불확실성이 완화됐고, 금리 인하 효과가 2∼3분기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 기여도는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향후 1년간 금리 1%p 인하가 성장률을 0.27%포인트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은 뚜렷이 낮아졌다. 올해 1분기 중 가계 대출금리는 전분기 대비 0.25∼0.68%포인트, 기업 대출금리는 0.27∼0.54%포인트 떨어졌지만, 소비와 투자 확대 효과는 통계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반면 주택시장과 가계부채에는 금리 인하의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분 가운데 26%가 금리 인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나머지 74%는 수급 불균형, 규제 수준, 시장 심리 등 다른 요인에 따른 것이었다.
대출도 늘었다. 특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으로 중·저DSR 가계가, 연령별로는 40대를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차입이 확대됐다.
물가에 미친 영향도 일부 확인됐다. 금리 인하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총수요 경로의 물가 압력은 예년보다 작지만, 환율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환율 경로를 통한 상승 압력은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금리 인하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며, "최근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경제심리가 반등한 만큼 소비와 투자 진작 효과가 앞으로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 불균형 측면에서는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확대에 금리 인하가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했다. 신규 주택 공급 부족과 완화적 규제도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주택시장 불안은 다소 진정됐지만 서울 집값 오름세가 여전히 높다"며, "금융 여건 완화에 따른 상방 압력과 주택 수급 불균형 우려가 남아 있어 추세적 안정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