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산업안전 3종세트’ 완성판 노란봉투법

입력 2025-09-09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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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법무법인 율촌 파트너변호사

산안법·중처법 이어 원청의무 강화
하청 노조가 원청상대 ‘단협’ 가능
사업주 안전의무범위 확대 불가피

새 정부에 들어 가장 많이 듣는 단어 중 하나가 ‘산업재해 예방’이다. 새 정부는 대선 공약에서부터 그러하였듯이 반복되는 산업재해를 반드시 근절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연일 나타내고 있으며, 관계 기관도 이에 발맞추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듯하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는 지난달 24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일부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다. 노란봉투법의 주요 내용은 △사용자 범위의 확대 △노동쟁의의 범위 확대 △배상의무자별 손해배상액 산정 △배상의무자의 감면 청구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권 남용 금지 등이다.

위와 같은 노란봉투법의 내용 중에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사용자 범위의 확대’이다. 해당 개정안에서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의 의미에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하였다(제2조제2호제2문).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요구에 응하여야 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경우에는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제81조제1항제3호).

위와 같은 ‘사용자’의 범위 확대는 당연히 다른 근로조건과도 관련이 있지만 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서는 사내협력업체 노동조합이 원청(도급인)을 상대로 산업안전보건과 관련된 사항의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원청의 시설·설비에서 작업을 수행하는데, 그 시설·설비 및 작업에 관한 안전 및 보건은 원청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사용자 범위의 확대는 노란봉투법이 등장하면서 나타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일찍이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노동조합법 제81조제4호의 부당노동행위 시정을 명하는 구제명령을 이행하여야 할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0년 3월 25일 선고 2007누8881 판결). 이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나 하급심 법원은 최근 원청이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의 ‘노동안전’에 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어 해당 의제에 관하여 단체교섭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법률 개정과 판결에 비추어 볼 때, 향후 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서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직접적인 요구에 따라 원청의 안전보건의무의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더라도 도급인과 수급인은 안전보건 협의체를 구성하여 작업의 시작 시간, 작업 또는 작업장 간의 연락방법, 재해발생 위험이 있는 경우 대피방법, 위험성평가의 실시에 관한 사항, 도급인과 수급인 또는 수급인 상호 간의 연락 방법 및 작업공정의 조정 등을 협의하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협의는 각 사업주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앞으로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산업안전보건에 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진 원청 사업주를 상대로 직접 ‘단체교섭’의 형태로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의 개선을 요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앞서 판결이 선고된 사안에서도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원청을 상대로 원·하청 공동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개최, 원청과 동일한 작업중지권 보장 등을 요구하였다.

또한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산업안전보건에 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진 원청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물론 해당 요구를 그대로 다 들어줘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산업안전보건을 의제로 한 교섭 요구에 응하여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단체교섭의 사항에는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내용이라면 모두 포함될 수 있으므로, 기존의 안전보건 협의체나 건설업에서의 노사협의체 협의 사항으로만 의제가 국한되지 않는다. 교섭 결과 단체협약으로 합의된 사항을 지켜야 함은 물론이다.

2019년 1월 산업안전보건법의 전부 개정과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한층 강화되었던 도급인의 안전보건의무가 노란봉투법의 등장으로 또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원청 사업주와 안전관리자의 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은 자명하지만, 이왕 시행되는 법률이라면 산업안전보건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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