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등록금 동결 기조가 17년째 이어지면서 재정난을 넘어 교육의 질 저하, 지역 대학 붕괴 등 구조적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행 제도가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등록금 자율화를 포함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10일 “정부가 등록금과 학생 정원을 동시에 묶어두면 대학은 노력해도 보상이 없는 구조에 갇히게 된다”며 “이는 결국 대학의 경쟁력 약화와 국가 경쟁력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교수는 대학이 자체적으로 등록금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록금 자율화’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등록금 자율화는 단순히 대학 재정 확충을 넘어 대학 간의 건강한 경쟁을 유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업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한다”며 “대학 역시 학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교육의 수준을 끌어올리려 경쟁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등록금 인상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선 장학금 확대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박 교수는 “등록금 자율화와 함께 소득 분위에 따른 장학금 확대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며 “저소득층일수록 더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장학금을 강화하고, 대학이 자체 장학금도 늘려 교육 기회가 차별 없이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등록금 인상률과 국가장학금 지원을 연계하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등교육법상 대학은 직전 3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등록금을 올릴 수 있었지만, 정부는 등록금을 올린 대학에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지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등록금 동결을 유도해왔다.
조인식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등록금 인상률 제한규정의 입법영향분석’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국가장학금Ⅱ 유형 지원과 등록금 인상률을 연계한 것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등록금 인상률을 책정할 수 있는 권한을 제한한 것”이라며 “대학이 법정 인상률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도록 정책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학생 수 감소와 등록금 동결에 따른 이중고로 생존의 위기에 직면한 지방 사립대에 대한 맞춤형 대책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 사립대 A 교수는 “지방 사립대들은 등록금 동결과 정부 지원 부재라는 이중의 압박을 받고 있다”며 “지역 균형을 말하지만 지원은 거점국립대에만 집중돼 지방 사립대는 생존의 위기를 겪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A 교수는 “실제로 지역 기업을 살리고 지역 산업을 지탱하는 인재는 지방 사립대에서 나온다”며 “지역 사립대가 문을 닫으면 결국 지역 기업과 산업도 함께 위축되고 이는 지역 소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등록금 자율화와 재정 지원 확대 등 제도 개선이 더는 늦춰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대학의 지속 가능성이 흔들리면 결국 국가 경쟁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박 교수는 “대학 경쟁력은 곧 기술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기술이 중시되는 미래 사회에서는 곧 국가 경쟁력으로 직결된다”며 “대학 경쟁력이 떨어지면 장기적으로 국가 전체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