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모듈러 주택’ 활성화를 추진키로 했다. 건설 업계도 모듈러 주택 기술은 충분하지만 관련 규제가 시장 활성화를 막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수도권 내 빠른 주택 공급을 위해 모듈러 공법을 활용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모듈러 매입임대주택 설계 시공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하반기에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모듈 운반 설치가 가능한 수도권 부지가 대상으로 저층 주택부터 공급한다.
모듈러 주택은 이른바 ‘레고형 주택’이라 불린다. 주요 구조물을 공장에서 미리 만들고 현장으로 옮겨 쌓아 올리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기존 아파트에 적용되는 철근 콘크리트 공법과 달리 양생 작업이 필요 없어 공사 기간을 절반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다.
또한 기존 건설 현장 대비 안전사고 예방효과도 높다. 전통 현장 시공 방식은 높은 고소작업 비율과 다단계 인력 투입으로 인해 사고 위험이 크다. 반면 모듈러는 조립 과정 외 대부분의 구조물이 사전에 제작돼 위험도가 낮다.
건설업계에서도 모듈러 시장 진출을 위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GS건설은 지난 2020년부터 PC 제조 자회사 GPC와 목조 모듈러 전문자회사 자이가이스트(XiGEIST)를 설립해 현장 작업을 최소화할 수 있는 탈현장 건설 공법의 확대 적용을 적극 추진해 왔다. DL이앤씨는 지난 2023년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서 국내 최초의 ‘모듈러 단독주택 타운형 단지’를 준공했다.
그러나 각종 규제와 낮은 층고로 인해 시장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듈러 기술은 주로 중저층에 한정돼 있다.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기도 의왕초평 지구에 시공 중인 22층 모듈러 주택이 국내 최고층 모듈러 주택으로 꼽힌다. 20층 이상 고층에 적용하기에는 구조안정성, 층간 소음 등을 충족하는 기술 개발이 더딘 상황이다.
법적 기반 역시 미비하다. 건축 인허가 절차, 사용 승인 기준,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제도들이 전통 방식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모듈러 특성에 맞춘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모듈러 주택은 건축법, 주택법, 건설산업기본법 등 다양한 법령 사이에서 ‘중복 규제’로 인해 현장 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높은 공사비도 사업 추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반 주택보다 공장 제작, 운송 및 현장 조립 비용이 더해지면서 총 공사비가 20~30%가량 더 비싸다.
업계는 모듈러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모듈러 주택은 아직 사업성과 실용성 검증 단계”라며 “공공을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되는데 건설 기본형 공사비로 책정돼 공사 단가가 안 맞는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 건설사들이 시장 전망을 보고 기술 개발은 하고 있으나 공사비 현실화가 필요하다”면서 “통합 발주에 관한 법 제정도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건설법상 분리발주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데 모듈러 주택은 공장에서 통으로 지어지니까 분리발주보단 통합발주가 시간, 비용적으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법 개정 등을 통해 시장 활성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건설사들이 기술력은 많이 갖춰 중고층 사업 추진에는 무리가 없는 상황”이라 말했다. 이어 “민간부문에서 지적하는 규제에 대해서는 특별법을 통해 특례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현재 건폐율‧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주택법 개정안은 발의가 된 상태”이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