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삭감에 경쟁력 없는 위기의 지역 BI..."정책 재설계 불가피" [불 꺼지는 창업보육센터]

입력 2025-09-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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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에 있는 A대학은 약 10년 간 운영했던 창업보육센터 사업권을 지난해 포기했다.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운영비가 사업 초기 대비 약 4분의 1까지 줄어 사업을 유지할 유인이 사라져서다. 거점 국립대학과 비교할 때 규모나 위치에서 차이가 커 창업 인프라 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판단했다.

#수도권에 위치한 B기관도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사업 지정을 받아 창업업보육센터를 운영했지만 최근 문을 닫았다. 센터 공간이 대부분 채워질 만큼 입주 기업이 많아 창업보육전문매니저를 늘려야 했지만, 국비 없이 시비로만 센터를 운영하며 1명의 인건비를 겨우 충당하는 열악한 상황이 지속돼서다. 이 기관은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사업을 지속할 필요성이 없다'고 보고 논의 끝에 사업을 접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5월 29일 서울 성동구 한 공유오피스에서 소셜벤처 대표들과 '혁신성장의 씨앗, 스타트업 레벨업!' 간담회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5월 29일 서울 성동구 한 공유오피스에서 소셜벤처 대표들과 '혁신성장의 씨앗, 스타트업 레벨업!' 간담회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4일 본지 취재 결과 지난해 운영을 종료한 창업보육센터의 상당 수는 예산 부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다 문을 닫았다. 2020년 200억 원을 밑돌던 예산이 해를 거듭할수록 줄면서 지원금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부족한 지원으로 적자를 볼 바에는 폐업을 택한 셈이다.

한 창업ㆍ벤처업계 관계자는 "창업보육센터의 부실 경영과 저조한 성과 등이 한 때 문제가 되면서 중기부가 뿌리기식 지원보다 자체적으로 수익을 내는 쪽으로 자립을 요구하면서 어려움이 커졌다"고 전했다. 중기부 관계자도 "일부 창업보육센터들이 수년간 안주하며 자립 의지가 약했다"며 "기업에 흘러갈 수 있도록 (운영비를 줄이고) 사업비 위주로 (제도를)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기부가 창업보육센터 1곳에 지원한 평균 예산은 2020년 4300만 원 수준으로 이중 기업 지원에 약 1300만 원, 인건비 등 센터 운영비엔 약 3000만 원을 쓰도록 했다. 그러나 지난해엔 센터당 평균 3000만 원을 지원했고, 이 중 기업지원에 약 2000만 원, 운영비에 1000만 원을 투입했다. 4년간 기업지원 예산은 600만 원이 늘어난 반면, 운영비는 2000만 원이 줄었다. 운영비를 크게 축소하면서 창업보육센터들은 인건비등 고정비를 자체적으로 감당하게 됐다. 대학 혹은 지자체의 지원을 받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예산이 줄어든 중기부는 창업보육센터 지원 대상을 점차 축소하고 있다. 예산 지원의 근간이었던 경영평가 기준을 2023년 70점에서 지난해 80점으로 올렸고, 올해부턴 아예 폐지해 지원방식을 공모 중심으로 개편했다.

이는 지방 대학 내 창업보육센터에 직격탄이 됐다. 실제 지난해 사업을 포기한 창업보육센터 중 절반 이상은 지역(경남 진주, 강원도 원주, 울산, 강원도 강릉, 경남 양산, 경북 영주 등) 대학 센터들이다. 울산의 경우 울산대학교 창업보육센터가 문을 닫으면서 이 지역 창업보육 센터는 한 곳도 남지 않게 됐다.

지방에선 지역 창업기업들이 위치와 규모가 우수한 충남대와 전북대 같은 거점국립대로 쏠린다. 그 외 지역 대학 창업보육센터 내 공실은 증가할 수 밖에 없다. 공실률이 40%가 넘고 이같은 상황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센터들은 사업권을 잃게 된다. 인구감소와 지방 소멸 등으로 재정난에 빠진 대학들이 창업 인프라 지원이 어려워지면서 대학 내 센터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해 창업보육센터 사업권을 반납한 C센터 관계자는 "운영비가 없어지면서 창업보육센터의 창업보육전문매니저(매니저)들이 고용불안을 겪었다"라며 "창업보육에선 매니저의 전문성과 네트워킹, 멘토링이 중요한데 이들의 이동이 잦아지면서, 질적 서비스도 어려워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올해부터 운영비를 완전히 끊긴 만큼 지역 센터들의 어려움은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입주기업의 질적 성장이나 공모보다 운영비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사업을 자진 포기하는 센터들이 더 느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전북 D대학 관계자는 "국비 지원이 공모 사업을 따내는 방식으로 바뀌어 우수 센터가 아니면 지원을 받기 어렵다. 우리 센터는 작년부터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현재 인건비 정도만 충당한다"라며 "주변에 더 작은 센터들은 내년에 문을 닫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기계적인 성과주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지방 산업 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고 예산을 무조건 없애는 것보다 지역 창업 인프라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일정한 예산을 2~3년 동안 꾸준하게 투자하고 그래도 안 되면 재개편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일각에선 구조조정과 사업 재설계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한다. 매니저의 역량에 따른 천차만별식 운영과 투자 및 판로, 사후관리, 창업 트렌드 반영 등 그간의 미비점을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다른 벤처업계 관계자는 "창업보육센터는 양적으로 너무 비대하다. 예산이 줄었다면 250개에 달하는 양을 과감하게 줄이고, 센터당 지원액을 늘려 질적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금룡 지앤지스쿨 대표는 "창업의 통로가 과거보다 다양해졌다. 창업기업을 잘 키워 스케일업해 글로벌로 나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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