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주거 인프라 업그레이드로 생산성과 생활 질 동반 개선
SOC·AI·문화 인프라 현대화로 안전·디지털·K-컬처 경쟁력 강화

내수 활성화와 탄소중립 달성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한국판 이구환신(以旧换新)’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중국 정부가 노후 소비재 교체와 산업 설비 개선을 통해 내수 진작과 산업 고도화를 동시에 달성한 사례를 한국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4일 ‘친환경·내수 활성화를 위한 K-리뉴얼 7대 과제’를 발표했다. 한경협은 “최근 한국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삼중고 속에서 소비 위축과 건설투자 부진을 겪고 있다”며 “정부가 고효율 가전 환급, 전기차 보조금, 탄소중립 설비 지원 사업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예산이 작고 부처별로 분산 운영돼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한경협은 노후 소비재 교체를 통한 내수 활성화 정책인 중국의 ‘이구환신’과 이를 산업 설비 개선으로 확대ㆍ발전시킨 ‘새로운 이구환신(新一轮以旧换新)’에 주목하며 국내 상황에 맞게 적용해 소비 진작과 생산성 제고를 동시에 이루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소비재 부문에서는 노후 가전·자동차 교체를 통한 내수 확대 방안이 제시됐다. 올해 하반기 한시 시행되는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은 인당 30만 원 한도의 제한적 지원에 그친다며, 운영 기간과 대상을 넓히고 노후 가전 반납 시 인센티브를 제공해 순환경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의 경우 배출가스 4·5등급 경유차에만 지급되는 폐차 보조금을 내연기관차 전반으로 확대하고, 전기·수소차 보조금과 세제 혜택 강화, 고속 충전 인프라 확충 등을 통해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산업ㆍ생활 인프라 개선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한경협은 탄소저감 실적과 연계한 인센티브 체계 도입, 친환경 설비 도입을 위한 자금·세제·컨설팅 통합 지원을 제안했다. 산업위기지역 내 기업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높여 투자 유인을 강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거 부문에서는 노후 주택의 에너지 성능 개선을 위해 재건축 규제 완화, 그린리모델링 인센티브 등을 통해 민간 참여를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후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대책도 요구됐다. 준공 후 30년이 넘은 SOC 비중이 20%를 넘었고, 10년 뒤에는 절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예산 규모는 오히려 감소했다. 한경협은 노후 SOC의 현대화, 스마트화를 통해 국민 생활의 안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건설 산업 촉진을 통한 경기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위해 추진하는 ‘소버린 AI 개발’, ‘AI 고속도로 조성’ 사업에서도 구체적인 인프라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초고속·초저지연 통신망 구축을 위한 대역폭 확충, 노후 데이터센터 리모델링·증설 지원, 송전망 확충과 분산 전원 등 전력 공급 효율화, 초고압직류송전(HVDC) 등 에너지 절약 기술의 고도화 등이 대표적이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단편적으로 이뤄지는 문화 인프라 개선 필요성도 나왔다. 한경협은 도시별 특성을 고려한 랜드마크 건설, 전국 단위의 관광·숙박·문화시설 현대화, 노후 공연 설비 교체, 지역별 체험 거점 집중 육성 등을 통해 ‘K-컬처’ 인프라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경협이 제안하는 7대 과제는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로드맵”이라며 “정부가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여 한국경제 체질 개선의 수단으로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