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향한 오봉저수지의 경고⋯'물그릇 신화'는 끝났다

입력 2025-09-0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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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 공중화장실 47곳·수영장 3곳 운영 중단
정부, 지난달 9일부터 현장지원반 비상근무 실시 중

▲최악 가뭄으로 강원 강릉지역에 재난사태가 선포된 가운데 1일 오후 강릉지역 생활용수의 87%를 공급하는 상수원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4.4%까지 떨어져 맨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최악 가뭄으로 강원 강릉지역에 재난사태가 선포된 가운데 1일 오후 강릉지역 생활용수의 87%를 공급하는 상수원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4.4%까지 떨어져 맨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강릉에 역대 최악의 물 부족 사태가 지속되며 18만 강릉 시민이 위기에 처했다. 올여름 비가 특히 내리지 않았던 탓에 강릉시 생활용수의 87%를 책임지는 오봉저수지가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1일부터 수도 계량기를 75%까지 잠그는 제한급수 2단계가 본격화되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2일 오전 기준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4.2%로, 역대 최저 수준의 저수율을 기록했다. 전날 오후 6시에 확인된 14.4%보다 0.2%p 더 떨어졌다. 강릉지역의 최근 6개월 강수량은 평년 대비 45.3%인 387.7mm다. 특히 이번 여름철은 1973년 이후 가장 적게 비가 내리면서 몇 주째 저수율 감소가 반복되는 추세다.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한 달 사이 25%에서 20%로 떨어졌고, 불과 10여 일만에 15% 아래로 급락했다.

정부는 살수차·소방·군용 탱크 등 수백 대의 차량 등을 동원해 긴급 용수 공급에 나서고 있다. 2일에는 홍제정수장과 오봉저수지에 총 5071톤의 물을 지원했다. 홍제정수장은 오봉저수지의 물을 정수하는 시설이다. 또한 강릉 시내 지하 유출수 5000톤과 남대천 하천용수 7000톤 등 2만 톤의 대체용수도 공급됐다. 강릉시는 앞으로 살수차를 400대까지 늘려 하루 최대 1만5660톤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강릉 시민에게 닥친 물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강릉에서 하루 소비되는 물의 양은 하루 9만 톤에 이르기 때문이다.

"바닥 드러낸 오봉저수지... '돌발가뭄' 때문?"

현재 오봉저수지 바닥은 거북이 등껍질처럼 쩍쩍 갈라졌고, 남은 물은 바닥을 드러낸 채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달 내로 완전히 바닥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강릉 시민이 하루에 쓰는 생활용수가 워낙 많기에, 아무리 차량으로 물을 퍼 날라도 저수율을 1~2% 올리기 역부족인 상황. 6월 1일 62%였던 저수율이 갑자기 9월 1일 14%대로 급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강수량 부족이다. 특히 7~8월 장마와 태풍 시기에 제대로 된 비가 내리지 않았다. 게다가 극심한 폭염 사태까지 겹치며 토양 수분 증발이 가속화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태를 짧은 기간 안에 갑작스럽게 강도가 심해진 가뭄인 돌발가뭄(flash drought)으로 정의한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돌발가뭄은 강수량 부족과 더불어 극심한 폭염이나 건조한 바람 등이 토양 수분을 급속히 증발시켜 5~8주 사이로 빠르게 진행되는 가뭄을 말한다.

기후학계에서는 돌발가뭄의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를 꼽는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폭염 빈도와 강도를 증가시킨 것이다. 또한, 비의 분포가 극단화된 점도 돌발가뭄을 촉진하는 원인이 됐다. 어떤 지역엔 집중호우가 내리고, 다른 지역엔 무강수 지역이 장기화되는 이상 패턴이 돌발가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영국 매체 '더 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또한 올해 돌발가뭄이 확대되기 전에 가장 건조한 봄을 보냈고, 6월에는 최악의 더위를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유럽 남부의 일부 지역은 올해 극심한 가뭄과 폭염으로 농업 생산과 물 수급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아 가뭄을 '국가적 위기'로 선언하기도 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가뭄의 빈도가 증가하고 그 피해도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오봉저수지 하나가 18만 시민 책임... 분산 필요

오봉저수지 저수율의 급격한 하락세 원인에는 강릉 지역 생활용수 87%를 오봉저수지 하나에 의존한다는 구조적인 한계도 있다. 관광객 유입으로 물 사용량이 더욱 늘어나는 여름 피서철이었던 점도 한몫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7~8월이 농번기라 농업용수도 많이 사용돼 저수율 하락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고 보고 있다.

결국 해답은 대체 수원 확보다. 가뭄은 예측하기도 어렵고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물을 공급받는 수원을 다양화해야 한다. 인근 강이나 댐과 같은 광역상수도망과 연결하거나 해수 담수화 시설을 마련해 비상시 활용 가능한 수원을 확보하는 방법이 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22일 강원 평창군 도암댐을 찾아 시설과 수질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22일 강원 평창군 도암댐을 찾아 시설과 수질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환경정책협의회는 강릉의 물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도암댐을 적극 활용하자는 의견을 냈다. 도암댐은 태백산맥 너머 강릉수력발전소에 물을 보내기 위해 1991년 건설된 다목적 댐이다. 강릉에서 20km 남짓 떨어진 평창군 대관령면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도 용이하다. 저수량이 3000만 톤에 이르러, 도양댐을 활용하면 강릉 시민 전체가 가정에서 1년 6개월 동안 물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하지만 강릉 시민들은 도양댐을 활용하자는 주장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규모 고랭지 채소밭이나 축산단지, 리조트 등에서 오염된 물이 평창의 하천을 통해 도암댐에 모여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암댐은 2001년 오폐수로 수질이 나빠져 가동이 중단된 이후 20년 넘게 방치되고 있는 상태다.

'물그릇 신화'는 끝났다. 비어 있는 그릇을 채우면 된다는 단순한 논리에 갇히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긴급 대책과 더불어 장기적인 수자원 관리 전략이다. 안정적인 물 공급을 위해 수원을 다변화하고, 수질 관리와 절수 정책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해법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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