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업무와 질병 간 인과관계가 축적된 사례의 산업재해 판단 시 특별진찰·역학조사를 생략한다. 또 감독 유형과 무관하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에 대해선 모두 사법조치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먼저 업무와 질병 간 인과관계가 확인된 건설업 철근공·배관공 등 32개 직종의 근골격계 질병에 대해선 특별진찰을 생략한다. 광업 종사자의 원발성 폐암, 반도체 제조업 종사자의 백혈병 등 유해물질과 질병에 관한 충분한 연구가 이뤄져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도 역학조사를 거치지 않는다. 고용부에 따르면, 산재 처리기간이 업무상 사고는 평균 17일이나, 업무상 질병은 평균 228일, 길게는 4년에 달한다. 김 장관은 “이 문제는 시급히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적발 시에는 특별·일반감독 모두 즉시 범죄 인지해 사법조치한다. 현재는 일반감독의 일부 조항에 대해 예외적으로 시정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김 장관은 “‘살려고 나간 일터에서 다치거나 죽지 않도록 하는 것’, 이것은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의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책무이며, 공무원이 가져야 할 덕목”이라며 “산업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이며, 노·사 공동의 이익이다. 공공부문부터 중요한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달 중순까지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한다. 김 장관은 “처벌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사업장 노·사 스스로 예방할 수 있도록 이를 충분히 유인할 수 있는 제재와 지원 조치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내용으로 구성하고 있다”며 “반복적인 중대재해 발생과 기초적 안전수칙 위반이 당연시되는 구조적 문제에 집중하고, 위험에 취약한 소규모 사업장 지원대책 등을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고용부는 이날부터 공식 약칭을 고용부에서 노동부로 변경한다. 김 장관은 “고용되지 않은 일하는 시민 누가 보호할 건가. 사용자 없는 노동자는 누가 보호할 건가”라며 “이들의 노동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광범위하게 보호하겠단 의미”라고 설명했다.
건설업 불황을 계기로 급증한 임금체불에 대해선 “임금체불은 절도다. 한 가정의 생계를 위협하는 중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상습적·악의적 체불 사업자를 처벌해 재발을 방지하며, 무엇보다 체불에 대한 사회적 인식 바꿔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후 3년간 효과를 못 냈다는 국회입법조사처의 지적에 대해선 “충분히 공감한다. 처리기간이 너무 길다는 지적은 대통령도 지적했다”고 말했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의 효과가 없었으니 폐지해야 한다는 건 공감하기 어렵다”며 “경제적 제재방안과 함께 고민해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부연했다.
이 밖에 서울시 주도로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대해선 “필리핀 가사노동자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다”며 “종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에 따른 도급계약 변경·해지 등 풍선효과 우려에 대해선 “노사관계에선 법·제도만으로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걸 지켜봐 왔다”며 “법·제도에만 기대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