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미 자사주 비중 낮췄지만
삼성생명법 변수에 재계 촉각
상법·생명법,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

국회가 내달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포함한 3차 상법 개정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LG그룹 등 굵직한 기업들이 앞다퉈 자사주 지분율 축소에 나서며 재계 전반에 자사주 소각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상법 개정안에 더해 또 다른 변수인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이 겹치며, 삼성의 자사주 대응이 다른 기업보다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기업들 사이에서 자사주 소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LG는 28일 자기주식 보통주 302만9580주를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약 2500억 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LS는 100만 주(1712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두산은 현재 17.9% 수준인 자사주 지분율을 2027년까지 10%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잇따른 주요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 행보는 정부·여당의 움직임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달 내에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의 상황은 복잡해 보인다. 단순한 자사주 소각 문제뿐 아니라, 삼성생명법이라는 또 다른 불확실성이 동시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법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 평가 기준을 취득원가가 아닌 공정가액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2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삼성생명법을 발의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중 일부를 의무적으로 처분해야 한다. 삼성생명법은 정치권에서 10여 년 전부터 단골처럼 등장했지만, 번번이 미뤄져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금산분리 원칙 강화와 금융소비자 보호 논리가 더해지며 재계 일각에서는 “더는 미루기 어렵지 않겠냐”는 시각도 나온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여부가 간접적으로 얽힐 수 있다는 점이다. 3차 상법 개정안에 따라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하면 오너일가의 ‘우호 지분’ 성격인 자사주가 사라진다. 동시에 삼성생명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을 줄여야 한다. 두 법이 동시에 시행될 경우 오너일가가 기댈 수 있는 지분이 줄어들면서 삼성의 지배구조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삼성은 자사주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3차 상법 개정안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삼성물산의 자사주 비중은 4.6% 수준으로, 롯데지주(32.5%)나 SK(24.8%) 등에 비해 낮다. 게다가 삼성은 이전부터 자사주 소각을 이어와 왔다. 삼성물산은 수년 전부터 자사주 비율을 줄여왔고, 삼성전자 역시 지난 7월 자사주 소각을 목적으로 4조 원에 달하는 자사주 취득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다만 여당이 앞으로 자사주 소각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일 경우, 삼성 역시 결국은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경우 자사주 지분 희석 효과로 그룹 전체의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한 관계자는 “자사주가 어느 정도 있어야 경영권 방어가 되는데, 상법 개정안과 삼성생명법이 동시에 통과되면 지배구조 유지나 경영 전략 수립에서 어려움이 따를 수 있어 셈법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