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보이스피싱 범죄 근절을 위해 금융회사에 '무과실 배상책임'을 묻기로 했다. 피해자가 범죄자의 유인에 속아 '직접 이체한 경우'에도 금융사가 피해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배상토록 하는 파격 조치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보이스피싱 대응 방안'을 내놨다. 우선 연내 도입을 목표로 '무과실배상책임 제도'를 도입한다.
김태훈 금융안전과 과장은 "피해자가 범죄자에게 속아 직접 이체한 경우에도 일정 범위 내에서는 금융사가 배상하도록 하는 것이 이번 제도의 핵심"이라며 "금융사가 책임을 지게 되면 인력과 기술을 고도화해 범죄 예방 효과도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사에 보이스피싱 예방·대응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전문인력을 배치하는 것도 의무화된다. 금융감독원은 피해가 집중된 금융회사의 대응 역량을 평가해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갖는다.
금융당국은 배상 범위와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권과 세부 절차를 조율 중이다. 그간 금융사들은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분담 기준'을 통해 보이스피싱 피해에 자율적인 배상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위·변조에 따른 제3자 송금·이체의 경우에만 적용이 돼 실질적인 구제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김 과장은 "AI 기술을 활용한 신종 수법이 잇따라 등장해 개인의 주의만으로는 피해를 막기 어렵다"며 "전문성과 인프라를 갖춘 금융회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법제화로 인한 금융권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은행과 카드, 저축은행 등과 충분한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김 과장은 "일부 은행과는 논의를 시작했다"며 "제도 도입에는 공감대를 이룬 만큼 금융사에 일방적인 부담이 되지 않도록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고 말했다.
오는 10월에는 '보이스피싱 AI 플랫폼'도 가동된다. 이 플랫폼은 금융회사·통신사·수사기관이 보유한 관련 정보를 통합·공유해 △의심 계좌 지급정지 △피해자 의심 거래 차단 △통신 회선 사전 경고 등을 지원한다.
아울러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가상자산을 활용한 신종 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도 추진한다. 범죄에 이용된 계좌를 지급 정지하고 피해금을 환급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또 여신거래 및 비대면계좌개설 안심차단서비스에 이어 오픈뱅킹을 악용한 보이스피싱 피해자금 이체를 방지하기 위한 오픈뱅킹 안심차단 서비스도 구축할 방침이다.
김 과장은 "국민들이 보이스피싱 범죄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최신 범죄수법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전 정부 부처가 협업해 적극적인 홍보를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