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심사에 리스크 반영…안전 투자기업 금리 우대
PF보증 등 정책금융 지원 패널티 적용

산업현장의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 금융권이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여신·공시·평가·투자 전반에서 안전을 소홀히 한 기업에는 불이익을, 예방 활동을 강화한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19일 오후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 관련 금융부문 대응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는 지난달 29일과 이달 12일 열린 국무회의 후속 조치로, 은행·금투업권, 금융감독원·거래소 등 관계기관과 중대재해 대응 방향을 공유하고 현장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중대재해에 대한 행정제재와 처벌이 강화되면 중대재해 발생기업의 신용·투자리스크가 확대되므로 금융부문은 건전성 관리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권 여신심사에 중대재해 리스크가 적시에, 적절히, 확대 반영되고, 중대재해 발생 즉시 기업이 공시하도록 해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제공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및 스튜어드십 코드에도 관련 내용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리스크의 원천적 축소를 위한 금융권의 노력도 당부했다. 권 부위원장은 “중대재해 예방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잘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대출을 확대하고 금리를 낮추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회의에서는 여신·정책금융·자본시장 등 금융 관련 전 부문에 걸친 논의가 이뤄졌다. 먼저 금융권 여신 부문에서는 신규 대출 심사 단계에서부터 중대재해 리스크를 금리와 한도에 반영하고, 기존 대출 역시 약정 시 한도 축소나 인출 제한 사유로 반영하기로 했다. 만기 연장 시에도 금리와 한도 조건에 영향을 주도록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기업이 안전시설 개선이나 컨설팅 등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자금이 필요할 경우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안전 관련 평가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인 기업에는 금리와 한도를 우대하는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정책금융 부문에서는 금융권과 동일하게 여신 심사에 중대재해 리스크를 반영하되, 예방 지원과 인센티브 제공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로 했다.
특히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심사 과정에서 안전도 평가에 반영하고, 시장안정 프로그램 등에서도 지원 순위와 금리·수수료에 패널티를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자본시장에서는 중대재해 발생 사실이 적시에 공시해 투자자가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한, ESG 평가의 사회(S) 항목에 반영한다. 기관투자자가 투자 대상을 점검할 때 고려 요소로 포함하도록 하고 ESG 주가지수를 개선·홍보해 안전 관리에 충실한 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논의 과정에서 정보의 집중·공유, ESG 지수 등과 관련된 제언도 나왔다. 은행연합회와 정책금융기관은 “중대재해 정보를 효율적으로 여신심사 등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관련 정보를 집중·공유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신용정보원은 “정보 집중·공유를 위해 필요한 법적 근거 보완과 전산 인프라 개선 작업을 구체화하겠다”고 했다.
한국거래소는 “ESG 평가가 우수한 기업 위주로 구성된 지수 투자가 활성화되면 기업들에 투자 인센티브로 작동할 수 있다”며 ESG 지수 개선·홍보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권 부위원장은 “우리 사회도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노력을 비용으로 보지 않고, 회복 불가능한 손실을 절감하는 투자로 인식해 나가야 한다”며 “금융부문의 다각적 노력이 중대재해 예방 문화의 안착을 선도·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간담회 내용을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와 공유하고 협력이 필요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