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를 일으킨 건설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건설업계가 비상에 걸렸다. 현장의 안전 관리 강화가 ‘생존 전략’으로 부상한 가운데 주요 건설사들은 AI(인공지능)·드론·로봇·IoT(사물인터넷) 등 첨단 기술을 앞다퉈 도입하며 ‘무사고 현장’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국회의 사망사고 처벌 강화 움직임에 각 건설사가 앞다퉈 안전 투자와 첨단 기술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2022년부터 전국 현장을 본사에서 실시간 관제하는 ‘H-HIMS’를 운영해왔다. 최대 128개 화면을 동시에 감시하며 이동식 CCTV로 주요 작업 구간을 살핀다. 최근에는 AI 영상 분석을 도입해 위험지역 접근이나 안전시설물 훼손을 자동 감지하고, 경고를 즉시 전달하는 체계를 구축 중이다.
DL이앤씨는 지난해 ‘통합 스마트 안전관제 플랫폼’을 개발해 전국 현장에 확대 적용 중이다. 이 시스템은 근로자의 출입 현황과 위치, 작업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사업장 CCTV를 본사 관제센터(VMS)와 연동해 사고 위험을 모니터링한다. 관리·감독자는 보디캠을 착용해 작업 전 과정을 기록하며 사고 발생 시 증빙 자료로 활용된다.
또한 현대건설은 AI·IoT·로보틱스를 융합한 재해 예측 시스템을 적용한다. ‘스팟(Spot)’ 로봇과 물류 운송 드론이 위험 구역을 대신 점검하고 AIoT 센서가 구조물 붕괴 조짐을 감지해 경고한다. 삼성물산과 공동 개발한 ‘스마트 자재 운반 로봇’은 자율주행 기술로 작업자와 자재 동선을 분리, 충돌·낙하 사고를 예방한다.

삼성물산은 센서 기반 ‘굴착기 양중용 인디케이터(LIFE)’를 개발해 과도한 하중 작업 시 즉시 경고하고 철골 볼트 조임 자동화 로봇으로 고소 작업 위험을 없앴다. 현대건설과 공동 개발한 스마트 자재 운반 로봇 역시 현장 안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 외에도 GS건설은 외국인 근로자와의 소통을 돕는 AI 번역 솔루션 ‘자이보이스’를 도입하고 AI 기반 화재 예측 시스템을 운영한다. 롯데건설은 단열재 하자 예방 AI ‘인스캐너’와 AI 영상관제센터를 가동하며 웨어러블 센서와 카메라로 작업자의 행동과 위치를 실시간 분석한다. 호반건설은 외벽도장 로봇 ‘롤롯(Rollot)’을 적용해 기존 대비 2.5배 빠른 작업 속도를 구현하고 고층 작업의 추락 위험을 제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첨단 기술 도입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못한 사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어 건설사들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스마트 기술은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일 뿐”이라며 “정작 중요한 것은 현장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환경 조성과 지속적인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