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한국 경제가 건설업 부진으로 저조한 생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시장금리 하락세와 확장재정 정책 등으로 소비 여건은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7일 공개한 '경제동향 8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업 부진에 주로 기인해 낮은 생산증가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소비 여건은 부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불황 국면에 놓인 건설투자가 여전히 큰 폭 감소세를 지속하고 설비투자 증가세도 조정되는 가운데 시장금리의 지속적인 하락과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담긴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다양한 소비부양책 등으로 소비 여건은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KDI는 앞서 발표한 경제동향 6·7월호에서 "경기 전반이 미약하다"(6월호), "경기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7월호) 등 건설업 침체, 통상 불확실성 등 대내외 하방 요인에 따른 경기 부진을 중점 지적했지만, 이달에는 부분적이더라도 긍정적 표현을 앞세웠다.
저조한 생산증가세는 건설업 부진 영향이 컸다. 6월 전산업생산은 전월대비 0.8% 증가에 그쳤는데, 이는 건설업생산(-12.3%)이 전월(-19.8%)에 이어 10%대 감소세를 이어간 여파다. 광공업생산(1.6%)도 반도체(16.6%)가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음에도 전자부품(-21.4%) 등 부진으로 제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소비는 미약한 흐름을 이어갔지만 소비자심리 회복 등으로 소비 여건은 개선세를 보였다. 6월 소매판매(0.1%)는 승용차(15.4%)가 개별소비세 인하 영향 지속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승용차를 제외한 소매판매(-1.6%)가 감소를 지속하며 낮은 증가세에 머물렀다.
숙박·음식점업(-2.7%), 교육서비스업(-2.6%),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1.9%) 등 소비와 밀접한 주요 서비스업생산도 부진했다.
다만 7월 소비자심리지수(110.8)가 전월(108.7)에 이어 기준치(100)를 크게 웃돌았고, 가계대출금리는 하락세를 지속하며 소비 여건은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7월 하순부터 전 국민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본격적으로 지급된 만큼 관련 지표가 반영될 경제동향 9·10월호에는 보다 개선된 소비 통계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통화에서 "7월 하순부터 소비쿠폰이 지급됐고 7~8월에 많이 쓰인다면 소비는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구체적인 지표나 효과는 실제로 나와봐야 안다"고 설명했다.
6월 설비투자(6.7%→2.1%)는 반도체의 양호한 흐름에도 타 부문 부진으로 증가세가 조정됐다. 반도체제조용장비(14.1%), 정밀기기(12.2%) 등 반도체 관련 투자는 양호했지만 전자 및 전자기기(-6.8%), 일반산업용기계(-11.8%), 기타기기(-2.0%) 등 부진으로 기계류(-1.0%)는 감소세를 이어갔다. 운송장비(10.4%)도 기타운송장비(-8.1%)가 전달(50.1%)보다 큰 폭 감소하며 증가 폭이 축소됐다.
7월 수출(5.9%)은 악화된 글로벌 통상환경 지속으로 완만한 증가세에 머물렀다. 품목별로는 일평균 기준 반도체(31.6%)의 호조세가 지속되고 선박(107.6%)도 대폭 늘었지만 반도체·선박 제외 일평균 수출액(3개월 이동평균)은 2.0% 감소하는 등 타 품목은 부진했다.
KDI는 양호한 반도체 수출은 미국의 관세인상 우려에 따른 선제적 수출 효과도 반영된 것으로 보고 현재의 높은 증가세가 향후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반도체에 약 100%의 품목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반도체는 한국의 대미 수출품 중 두 번째로 규모가 커 타격이 예상된다.
정 실장은 "최근 반도체 수출을 많이 한 것은 선제적 수요 영향도 있는데, 미국의 이번 품목관세가 부과되면 수출이 많이 줄어들 수 있다"며 "한국에 대한 관세만 중요한 게 아니라 반도체 중간재를 대만 등에 많이 수출하기 때문에 타국 관세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2분기 반도체 수출(16.3%) 호조세는 인공지능(AI) 투자 수요 증가로 미국 관세 인상에 대비한 제3국의 반도체 관련 대미 수출이 급증하면서 해당 국가로 중간재 수출이 함께 늘어난 영향이 크다는 것이 KDI의 분석이다. 지역별로 대만(80.8%), 아세안(41.3%)으로의 반도체 수출이 급증했다. KDI는 "선제적 수출 효과가 축소되면서 반도체 증가세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