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5일 서울 서초구 서초문화예술정보학교에서 열린 ‘2025 평화와 공존의 청소년 세계시민 캠프’에서 학생들과 토크콘서트를 진행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 교육감은 이 자리에서 한·중·일 청소년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평화는 서로 다른 생각을 이해하고 토론하는 데서 시작된다”며 “한·중·일 학생들이 자주 만나서 오해를 이해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국가 간 연대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개인적 수준에서 보면 우정”이라며 “학생들이 교류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과거 어른들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이 그런 만남의 기회를 더 많이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평화를 추구하는 사람들, 내가 걸어온 과거사 청산의 길’을 주제로 한 이날 토크콘서트에서 정 교육감은 학자로서, 또 교육자로서 자신이 걸어온 과거사 연구의 여정과 평화에 대한 소신을 청소년들에게 진솔하게 들려줬다.
정 교육감은 1985년 전남대학교 교수로 부임했을 때를 회상하며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발생한 지 5년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시민·학생·교수 모두가 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당시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1998년 제주에서 열린 동아시아 평화 인권 국제회의에 참석하면서 일본, 대만 등 각국에서 평화운동을 했던 분들을 만났다”며 “이때의 경험이 저의 시야를 한국에만 머물지 않고 동아시아 전체의 역사와 평화를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감으로 나서게 된 계기도 역사 인식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정 교육감은 “작년 광복절에 광복회가 정부 공식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서로 역사에 대한 해석이 달라 벌어진 일이었는데, 그것을 보며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 교육감은 과거사 청산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며 ‘이행기 정의’ 개념을 소개했다. 그는 “질서가 빠르게 바뀌는 시기마다 과거의 잘못에 대한 책임 문제가 발생한다”며 “그 시기 피해자들을 회복시키고, 가해자들에게는 책임을 묻는 것이 정의”라고 강조했다.
과거사 청산 활동을 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으로는 2022년 진행된 선감학원 희생자 유해 발굴을 꼽았다. 정 교육감은 “잘못한 것도 없이 잡혀가서 억울하게 희생당한 아이들이 있었다”며 “희생자 분묘를 개토할 당시 잠자리들이 아이들의 넋을 기리는 듯이 그 주변을 날아다니던 장면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